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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07. 2021

[그빵사] 64. 4수 끝에 성공! (2)

글레이징까지 완벽한 솔티 캐러멜 롤케이크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분명 캐러멜 소스는 주걱 젓는 손에 힘이 들어갈 만큼 묵직하고 찐득해야 하는데 이건 그냥 갈색의 생크림을 따뜻하게 데운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이게 뭐지? 혹시나 가라앉은 게 있을까 봐 열심히 프라이팬을 저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저 묽은 물일 뿐이었다. (눈물) 혹시나 판 젤라틴을 넣으면 달라지지 않을까도 생각해봤는데 그간 경험했던 베이킹 데이터를 분석해보자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괜찮았던 적이 없었다. 끓여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역시나 그만두기로 하고 다른 그릇에다가 묽은 캐러멜 소스를 옮겨 담고 프라이팬과 주걱을 깨끗이 씻으면서 도대체 뭘 잘못한 것인지 생각을 해봤다. 롤케이크 크림에 넣은 캐러멜 소스와 양 차이는 있었지만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딱 한 가지 글레이징에는 설탕 80g과 함께 '물엿 20 g'이 추가로 들어갔다. 물론 레시피 영상에서는 물엿을 넣어 성공했으니 꼭 이게 문제만은 아닐 테지만 다른 레시피 영상을 보니 설탕으로만 글레이징 소스 만드는 것도 있어서 설탕 100g으로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혹시 물엿이 글레이징의 윤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면 어쩌나 많은 고민이 들었지만 일단 윤기는 둘째치고 캐러멜 소스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으니 타협을 하기로 했다. 설상가상 생크림은 160g이 필요한데 100g밖에 남지 않아서 아까 만들었던 묽은 캐러멜 소스로 남은 60g을 채웠다. 다 녹은 설탕을 진한 갈색빛으로 만든 후 데운 생크림 투하! 수증기에 가려져서 안보이던 캐러멜 소스는 다행히도 진득하게 변했다. (휴) 사실 이것보다 더 되직해야 하지만 캐러멜 느낌이 난 것만으로도 괜찮겠다 싶었다. 글레이징을 하기 쉽게 핸드드립에 사용하는 주둥이가 있는 커피 저그에다가 캐러멜 소스를 담고 얼음물에 불려놨던 판 젤라틴을 넣고 섞은 뒤에 사용했던 얼음물에 용기를 담아서 온도를 식혀주었다. 지난번에 온도를 식혀주는 작업을 빼먹은 것이 번뜩 생각이 났다. 얼음물에 몇 분쯤 저어주었을까 캐러멜 소스가 점점 더 쫀득하게 변하였다. 마치 무스케이크 같은 느낌이 났다. (실제로 무스케이크를 만들 때도 판 젤라틴을 넣는다.)


캐러멜 글레이징이 다 만들어지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냉장고에 넣어둔 롤케이크를 가져왔다. 넓고 높이가 있는 그릇 위에 식힘망을 올려놓고 그 위에 롤케이크 포장을 벗겨서 놓았다. 양끝을 잘라서 부모님께 시식으로 드리고 나서 글레이징이 담긴 용기를 가져왔다. (심장이 두근두근) 티스푼을 넣어서 한번 휘휘 젓고 롤케이크 위에 시험 삼아 조금 떨어뜨려보았더니 진한 갈색빛의 소스가 그대로 있었다. 지난번엔 설탕시럽같이 아무런 색도 없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되는 건가 기대에 가득 찼다. 이제 글레이징이 담긴 용기를 기울여서 롤케이크 위에 주르르륵 붓기 시작했다. 갈색빛의 소스가 연한 주황빛의 롤케이크 겉면을 감싸면서 둥근 표면을 타고 흘렀다. 영상에서 보았던 딱 그 장면이었다. 아,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한 달간 연습을 한 것인가! 하며 감격의 시간을 만끽했다. 글레이징을 모두 뿌리고 아주 차가운 베란다에 푸드 커버를 씌워서 (닿지 않도록 조심) 글레이징을 굳혀주었다.


이제 너무나도 기다린 시간인 시식 시간이 왔다. 베란다에 둔 롤케이크를 가져왔다. 레시피 영상 댓글을 보니 자를 때 글레이징이 다 찢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칼을 불에 달군 다음에 (케이크를 깔끔하게 자르는 방법으로 검색해보았다.) 잘랐더니 깨끗하게 잘렸다. 손이 닿으면 바로 글레이징이 달라붙으니 옮길 때도 조심해야 한다. 자른 롤케이크를 접시에 옮기고 식용 금가루까지 뿌려주었더니 제법 파는 것 같은 롤케이크가 완성이 됐다. (감격 감격) 이 영롱한 자태! 진한 갈색 빛의 캐러멜 글레이징이 번쩍번쩍 광이 나는 것 같았다. 맛은 소오오오올직히 말해서 캐러멜 글레이징 만들 때 살짝 탔는지 씁쓸한 맛이 났지만 그래도 맛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크림이야 말해 무엇하리. 끈질기게 도전해서 기어코 만들어낸 솔티 캐러멜 롤케이크를 보면서 너무 뿌듯했다. 오늘부터 솔티 캐러멜 롤케이크를 나의 필살기 베이킹으로 정하겠다.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예쁘게 만들어 줘야겠다.



한 달간의 노력끝에 드디어 만든 솔티 캐러멜 롤케이크!

영롱합니다ㅠㅠ

글레이징을 굳히면 이렇게 변해요.ㅎㅎ

크림이 가득 들어간 롤케이크!

4수 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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