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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14. 2021

[그빵사] 71. 인스타 갬성으로 애플파이 (2)

하나라도 잘하자!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원래 애플파이를 만들 때 사과 1개를 넣었었는데 이번엔 2개를 넣어 사과 필링을 만드니 졸이는 것도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따라 하는 애플파이 레시피 영상에서는 마지막에 레몬즙을 넣지 않지만 애플 파운드케이크를 만들 때는 사과 필링에 레몬즙을 넣었더니 새콤한 맛이 더해져서 맛이 훨씬 좋아진 것이 생각이 나 지난번 언니가 마트에 갔을 때 사다준 레몬즙을 마지막에 3g 정도 뿌려서 섞어 주었다. 조금 맛보았더니 필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맛있었다. (뿌듯) 그다음엔 파이 반죽을 만들었다. 파이 반죽은 30분 정도 숙성을 해야 해서 반죽을 먼저 만들고 그 사이에 사과 필링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헷갈리는 바람에 파이 반죽을 나중에 만들기는 했지만 냉장고에서 휴지 시키는 동안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했더니 금세 시간이 지났다.


이제 드디어 새로 산 은색의 파이 틀을 사용할 시간이 왔다! 두근두근! 파이 반죽을 밀대로 크게 민 다음에 파이 틀 위에 올려주면 되는데 지난번과 같은 크기로 밀었는데도 반죽이 생각보다 틀을 덮기에는 작았다. 작은 것 4개 할 때랑 큰 거 1개 할 때랑은 다른가 싶어서 밀대로 최대한 늘려준 다음에 파이 틀을 겨우 덮었다. 가장자리를 따라서 가위로 반죽을 잘라낸 다음에 남은 반죽을 뭉쳐서 뚜껑으로 쓰게 한쪽에다 두고 사과 필링을 넣기 시작했다. 바닥을 안 보이게 깔긴 깔았는데 어째 필링도 부족한 듯했다. 파이 틀 높이에 턱없이 모자랐다. 분명 레시피 영상도 15cm 지름 원형 틀로 만든 건데 왜 부족하지? 하고 의아해하면서 별로 남지 않는 반죽을  최대한 밀고 밀어서 겨우 격자무늬 뚜껑도 만들어줬다. 마지막으로 계란물을 발라서 오븐에서 넣어서 기다리면서 파이 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시피 영상 그대로 계량해서 만들었는데 이렇게 적을 수가 있나 싶었다. 혹시 내가 사 온 원형틀이 15cm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헐레벌떡 내 방으로 들어가서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쫙 펴서 17cm 자를 대 보았더니 자보다 조금 더 길었다. 분명 15cm인 줄 알았던 내 손이 18cm였다니! 언제... 자랐다냐...? 아니 내 키는 중학교 때 키 그대로인데 손가락만 자랐을 리는 없을 거다. 케케묵은 내 기억을 너무 맹신했나 보다. 사기 전에 내 손을 다시 재보거나, 재료 상점에서 사장님께 여쭤라도 볼걸 너무 또 무턱대고 큰 틀을 사 온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일었다. (처음 빵 틀을 살 때도 오븐에 맞지 않는 큰 틀을 사서 다시 바꾸러 간 적이 있었다. 왜 인간은 잘못을 반복하는가!)


그래도 다행히 오븐에서 나온 애플파이 모양은 생각보다 많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파이를 식힐 겸 언니의 재택근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슬슬 갬성샷 준비를 했다. 흰색 미니 테이블을 거실로 가지고 온 다음에 아침에 만든 사과파이에 어울리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의 도트무늬가 그려진 키친 크로스를 가지고 와서 한 번 반으로 접고 두 번째는 살짝 비스듬히 접어주고 테이블 위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파이를 틀에 담긴 그대로 가져와서 키친 크로스 가장자리에 살짝 올려주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파이는 크고 테이블은 작아서 마루 바닥이 보이지 않게 찍으려면 굉장히 근접샷으로 찍어야만 해서 화면에 꽉 찬 파이 사진이 완성되었다. (하하) 그다음엔 파이를 8조각으로 잘라서 그중 가장 예쁘게 잘린 파이 한 조각을 빈티지 그릇 위에다 올려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멀리서 흐릿하게 보면 무슨 피자같이 나왔다. 너무 잘게 나눴나... 나도 이제 인스타 갬성샷을 찍어 보는 건가 하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팡! 하고 터진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스커피를 만들어서 엄마와 언니와 함께 한 조각씩 먹었다. 필링만큼은 정말 맛있었는데 틀은 커졌지만 오븐에서 구운 시간은 똑같이 해서 그런지 파이 반죽이 덜 익어서 밀가루 맛이 났다. 사실 파이를 만들 생각보다는 파이를 만들어서 인스타 갬성샷을 찍을 생각에 좀 더 집중해서 베이킹에서는 소홀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참 베이킹도 인스타 갬성샷도 그 무엇 하나 쉬운 게 없구나 하고 차라리 하나라도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인스타 갬성샷으로 찍어본 애플파이입니다ㅋㅋㅋ

그래도 사과필링 맛이 매우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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