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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16. 2021

[그빵사]73. 세 가지 애매한 성공의 기록

육쪽마늘빵, 홈런볼, 레몬 커드 타르트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하는 것마다 실패하는 것 밖에 없었던 베이킹 슬럼프 때 있었던 일이었다.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연속으로 실패한 것만 쓰는 게 아닐까 하고 담아두었던 세 가지 짧은 베이킹 에피소드이다.


1. 육쪽마늘빵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육쪽마늘빵을 만들어보기 위해 모닝빵을 사 왔다. 연유크림빵을 만든 직후였기 때문에 빵은 도저히 만들 수가 없어서 모닝빵으로 타협을 보았다. 버터, 우유, 마요네즈, 마늘 등이 들어간 소스를 만든 다음에 마늘빵을 6가닥으로 칼집을 내어 소스에 푹 적셔주고 칼집을 낸 곳에 크림치즈와 설탕을 섞은 것을 짜주고 오븐에서 구우면 되었다. 레시피 영상에서 최대한 소스를 가득 적시고 크림치즈가 많을수록 맛있다고 하길래 정말 가득가득 넣어주었다. 아주 많이 많이. 결과는...? 처음 먹었을 때는 '헉'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맛있었는데 반 조각 이상은 먹기 너무 느끼했다. 가족들도 나와 같이 처음 먹었을 때는 너무 맛있다고 했으나 절대 하나 이상은 먹지 않았다. 베이킹한 이후 처음으로 빵이 남았던 경험이었다. (남은 건 내가 먹었다.)


2. 홈런볼

연예인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tvn 예능 '온앤오프'를 보면서 그곳의 mc였던 가수 성시경 씨가 맛난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을 보고 팔로우를 했었다. 어느 날 그가 홈런볼을 만드는 피드를 보고 나도 홈런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번 만들어 본 적이 있던 슈크림에 커스터드 크림을 대신하여 초코 크림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슈는 잘 만들어졌고 이제 안에 있는 초코크림을 만들기로 했다. 다크 초콜릿과 생크림을 녹인 다음에 넣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너무 많이 녹였는지 물처럼 되었다. 살짝 되직하게 식힌 후에 넣어야 하는데 물 같은 상태로 바로 짤주머니에다가 넣고 작업대에서 식탁으로 옮기다가 손에서 놓쳤... (커쥬 어 마이걸~)

흑흑...
그래도 만들기는 했습니다...!

3. 레몬 커드 타르트

집에 레몬 하나가 있어서 유튜브에서 레몬이 들어간 베이킹을 주르륵 찾다가 샛노란 젤리 같은 레몬커드가 너무 예뻐서 레몬 커드 타르트를 골랐다. 먼저 타르트 지를 만들어서 오븐에다 구웠는데 허여멀건한게 덜 익은 듯했지만 레몬 커드를 넣고 한 번 더 굽는 걸 생각해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레몬커드를 만들어서 넣고 한번 더 굽는데 밑에 있는 타르트지 색이 허여멀건한 색 그대로였다. 아... 타르트지를 먼저 제대로 구웠어야 했구나... 구움색이 나도록 더 굽고 싶었으나 영상에서는 '오래 굽지 않도록 유의'라고 적혀있기 때문에 권장 시간대로만 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냉장고에 넣어 3시간 정도 굳힌다음에 썰어주고 맛을 보았는데 역시나 타르트지가 덜 구워져서 밀가루 맛이 났다. (눈물) 레몬 커드를 입에 넣었는데 턱 밑이 찌릿할 정도로 아주 셨다. 맛은 있긴 했는데 아이셔를 먹는 기분이랄까. 또한 아빠께서는 너무 추운 겨울에 차가운 디저트는 먹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레몬 커드 타르트는 여름날 먹기 좋은 디저트라 계절에 맞는 디저트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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