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순댕 Jan 26. 2021

[그빵사]83. 펑리수(파인애플 쿠키)

새콤달콤한 파인애플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큰일이다, 큰일이야. 이제 모든 게 베이킹 재료로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에 부모님께서 마트를 다녀오시면서 파인애플 하나를 사 오셨다. 보자마자 "파인애플이 들어간 베이킹도 있나?"라고 말했더니 "글쎄... 하와이안 피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베이킹 재료로 사과랑 딸기 그리고 블루베리는 많이 봤는데 파인애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궁금해서 당장 '파인애플 베이킹'이라고 검색해보았더니 꽤나 여러 개가 나왔는데 그중에 펑리수가 눈에 보였다. 펑리수는 가운데에 파인애플을 잼 같은 것이 들어있는 사각형 모양의 쿠키로 대만의 대표 간식이자 대만 여행 필수 기념품으로 유명하다. 몇 년 전에 언니가 대만 여행을 갔다가 누가 크래커랑 함께 사 와서 먹어본 기억이 났다. 펑리수까지 만들 수 있다니! 유튜브의 세계란 대체 어디까지인가 경이롭기까지 했다. 아빠께서 껍질을 까주신 파인애플 몇 개를 생으로 먹고 난 뒤 냉장고에 남아있는 파인애플로 펑리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먼저 쿠키 반죽을 위해 버터를 실온에다가 꺼내놓아서 말랑말랑한 상태로 사용해야 하는데 기다리기가 귀찮아서 필요한 만큼만 잘라 전자레인지에다가 넣고 돌렸더니 필요한 상태보다 훨씬 더 녹아버렸다. (하하) 녹은 버터를 잘 풀어서 슈가파우더, 소금을 넣고 섞은 뒤에 계란 노른자(흰자가 또 생겼다!)와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손 거품기로 잘 섞어주었다. 이제 가루류를 넣을 차례인데 중력분이 115g이 필요했지만 95g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박력분으로 필요한 만큼 더해 주었다. 아몬드가루와 옥수수 전분을 함께 넣어서 체에 쳐서 반죽에 넣고 주걱으로 열심히 섞어주었더니 버터 냄새가 가득 나는 노란색의 반죽이 금세 만들어졌다. 사각형 모양으로 만든 뒤에 랩에 감싸서 냉장고에 1시간 정도 휴지 시키는 동안 파인애플 조림을 만들기로 했다.


파인애플을 작게 깍둑썰기로 잘라서 냄비에 설탕, 소금과 넣은 뒤 수분이 날아가도록 볶다가 꿀을 넣어서 졸여주는 작업이 필요했다. 얼마나 더 수분이 날아가야 할지를 잘 몰라서 영상과 비교해보다가 살짝 끈적해졌을 때쯤에 불에 내려서 그릇에다가 넣고 식히고 있던 중에 어제 새벽에 보냈던 일 중에 추가 작업을 할 일이 생겨서 잠시 베이킹을 멈추고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만 했다. 두 시간쯤이 지났을까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반죽을 확인해보니 너무 단단해져서 일단 밖에 꺼내놓고 남은 작업을 끝내 놓고 난 후 다시 베이킹으로 돌아왔다. 말랑해진 반죽을 25g씩 나눠준뒤 원래는 깊고 좁은 사각형 틀같은 곳에다가다 반죽을 깔고 파인애플 조림을 넣어서 뚜껑을 덮는 방식으로 진행이 돼야 하는데 대체할 틀이 마땅치가 않았다. 타코야키 틀도 생각해보았으나 제조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가스레인지 외에는 불가'라고 써져있기 때문에 오븐은 무리일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얇게 핀 반죽을 한 손에 놓고 위에 파인애플 조림을 조금 떠서 넣은 뒤 만두처럼 감 싸준 다음에 직사각형으로 모양을 잡아보았다. (사고 싶었던 미니 머핀 틀이 눈 앞에서 아른아른거렸다.) 총 10개가 나온 반죽을 170도 예열한 오븐에다가 넣고 15분간 돌린 후 뒤집어서 180도에서 10분간 구워 주웠다. 레시피 영상에서는 틀에다 넣고 15분, 틀에서 빼고  10분 이렇게 구워주었는데 나는 틀이 없으니 뒤집어만 주었다.


오븐에서 꺼내 식히고 있는 사이 아빠께서 하나 드셔 보겠다고 하고 아직 뜨끈뜨끈한 펑리수를 가져가서 한 입 드시더니 "아니, 이거 왜 이렇게 부드러워!" 하시는 게 아닌가. 나도 궁금해서 하나를 접시에 담아 먹으려고 들어 올리니 반으로 쪼개졌다. 바스러졌다고 하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인가? 티스푼을 하나 가져와서 거의 떠먹다시피 먹었는데 마치 아주 부드러운 스콘 같기도 하고 마그렛트 과자 같기도 한 맛이었다. 가운데에 파인애플 잼은 어찌나 새콤하던지 왠지 더 졸였어야 싶긴 하지만 뭐 이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펑리수 레시피를 다시 잘 읽어보니 '퍼석하게 잘 부서지는 편이라 조심히 다뤄야 하고 굽고 완전히 식혀야지 모양이 망가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틀이 없어서 모양이 잡히지 않아 이렇게 바스러지는 건가 하고 걱정했는데 원래 이렇게 부드러운 과자인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딱 입맛 없고 지치는 날 새콤한 파인애플 쿠키를 먹는다면 먹자마자 침이 고이면서 금세 입맛이 돌아올 것만 같은 그런 맛이었다. 매번 과일은 그냥 생으로만 먹었는데 이제는 베이킹 재료로도 사용하니 두배 더 맛있게 먹는 기분이 들었다.


안에 든 파인애플이 아주 새콤했어요ㅎㅎㅎㅎ굿굿

작가의 이전글 [그빵사] 82. 나 이제 뭐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