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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May 21. 2023

소만

봉숭아 손톱을 오늘 물들이는 거라고?

[소만]

2023.05.21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찬다는 의미의 여덟 번째 절기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구름이 껴서 햇빛은 나지 않았지만 한동안 좀만 걸어도 땀이 주룩주룩 나던 최근의 날씨에 비해 어제부터 바람이 너무 선선했다. 반팔티를 입고 다니다가 오늘은 가디건도 걸쳤다. 절기 글을 쓰기위해 카페를 찾아 나섰건만 한동안 들어가지 않고 공원에 앉아서 날씨를 즐겼다. 어제 언니랑 길을 걸으면서 날씨가 1년 내내 이런 날씨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대화를 나눴던게 생각이 났다.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으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3월 중순 길가에 예쁘게 피었던 흰색의 매화는 초록 매실이 되어서 가지에 매달려있었다. 아직은덜 익은 것 같은 노란 연두빛 열매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붉은색 장미는 매번 피던 그 장소에 또 한 번 만개를 했다.

자연은 당연히 모든 씨앗을 발아시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 같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거기까지 도달한 것들만 보이는 거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봉선화 꽃과 잎사귀를 따서 찧어 손톱 위에 올려 물들인다.
봉선화의 붉은 색이 병과 액귀를 막아 준다는 민간신앙의 의미도 담긴다

어렸을 적 봉선화는 여름방학일 때 손톱에 물들였기 때문에, 7,8월에나 하는 줄 알았더니 5월 말 소만에 하는 세시 풍속이라는 것에 놀랐다. 세시풍속 잡지에서 본 것이었는데 혹시나 편집 할 때 잘못 집어 넣은게 아닐까 싶어서 더블 체크까지 했다. 어쩐지 여름방학 때 붉게 물들인 손톱이 첫눈까지 남아 있던 적이 있었는데 소원을 안들어주더니만! 오늘 손톱에 물들인게 첫 눈까지 있는 것이 조건이라면 하늘이 소원 하나 정도는 들어줘도 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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