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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Nov 18. 2020

[그빵사]17. 세상에 모든 물건들이 존재하는 이유

유리커버 vs 천 커버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처음 베이킹 도구를 살 때 제일 궁금했던 건 ‘오븐 온도계’의 존재였다. 오븐에 몇 도로 하는지 다 써져있는데 오븐 온도계가 왜 필요한 걸까? 의문점이 들었는데 직접 빵을 굽고 보니까 왜 필요한 지를 알았다.


오븐 다이얼을 180도로 맞췄지만 어느 날은 연기가 날 정도로 뜨거웠다면 또 다른 날은 밋밋할 정도로 열기가 없었다. 그러니 같은 180도로 구워도 타거나 덜 익거나 하는 일이 종종 생겼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오븐 문을 반복해서 열고 닫는다던가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설정한 온도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븐 안에 온도계를 넣어서 지금 내부가 몇 도인지 보고 여기다 맞춰서 빵을 굽는다고 한다. 


‘아! 이래서 필요했구나!’


여러 번의 베이킹 미성공으로 인하여 오븐 온도계를 구입하려 했는데 일반 마트에선 팔지 않고 베이킹 도구 상점에 갔더니 딱! 오븐 온도계 하나만 떨어졌다는 게 아닌가! 일주일 뒤에 혹은 더 지난 후에 입고가 된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시킬까 했지만 그냥 오븐이랑 좀 더 친해져 보기로 하고 구매하지 않았다. (지금은 오븐이랑 안면 튼 사이 정도로 온도계를 살 생각이 없다.)




또 한 가지는 푸드 커버의 존재였다. 어렸을 때 드라마에서만 보던 반찬 위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보호하던 덮개. 우리 집은 그걸 쓰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이걸 판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이걸 아직도 누가 쓰나?’ 하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걸 고르고 있었다. 베이킹 한 빵을 매번 랩을 씌워놓기엔 랩도 아깝고 하나씩 집어먹기에 귀찮기도 했고, 그냥 두자니 먼지가 들어갈까 봐 걱정되고 해서 원랜 그냥 보울을 덮어놓았다. 어째 영~ 모양이 안 사는 것 같아 푸드 커버를 골라보는데 제과점에서 진열용으로 사용하는 유리커버를 고를지 반찬 위를 덮는 천 커버를 고를지 여기서 또 고민이 되었다.

천 커버는 접어서 보관할 수 있고 저렴한 반면 유리커버는 안을 을 볼 수가 있지만 부피가 크고 해서 여러 고심 끝에 보관상의 이유로 천 커버를 고르기로 했다. ‘내가 이런 걸 살 줄이야!’ 이제 맛난 빵을 굽고 나면 위에 다홍색 푸드 커버를 씌워둔다. 의외의 장점은 엄마는 푸드 커버를 볼 때마다 저 안에 뭐가 있을까 하고 기대가 된다고 하셨다. 열 때마다 맛난 빵이 가득 들어있으니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세상에 존재하는 건 다 필요에 의해서 누군가가 만들고 사용하는구나 하고 내 중심적인 사고를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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