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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Nov 22. 2020

[그빵사]21. 연유 크림빵 (1)

내가 빵집 사장이 될 상인가?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베이킹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거나 인스타에 올린다. 어설픈 실력이지만 다들 "맛나 보여요~" 하면서 친절하게 댓글을 달아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빵을 먹는 가족들도, 친구들도, 블로그 이웃님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으니 그것은 "혹시 빵집 차리시나요??"라는 말이었다.


솔~직히말하자면 안 해본 생각은 아니다. 집 근처에 구움 과자도 팔고 커피는 예쁜 커피잔에 주는 카페가 있는데, 그곳 자주 다니 다보면서 이런 몇 평짜리 작은 공간에 1인~2인만 올 수 있는 아기자기한 카페를 만들어 내가 만든 구움 과자와 함께 커피를 파는 소꿉놀이 같은 상상을 해본 적도 있다. (매출은...? 생계는...?)


뭐, 상상은 해볼 수 있지 않은가! 다만 그런 일은 먼 훗날에서나 가능한 일일 테니 일단 빵이나 만들어 보자 하고 오늘은 무슨 빵을 만들까 유튜브를 보다가 아주 맛있게 생긴 빵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연유 크림빵'인데 동그란 대왕 모닝빵을 6조각으로 칼집을 내어 그 안에 하얀 연유 크림을 듬뿍 넣은 빵이었다. 그 위엔 슈가파우더를 살살 뿌려서 마치 눈이 내린 듯하여 보기에도 너무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빵이었다.


빵을 만들려고 재료들을 꺼내는데 엄마께서 조금 있다가 아줌마들끼리 모임을 하는데 내 빵을 가져가고 싶다고 하셨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는 것도 처음인 데다가 연유크림빵은 만들어 본 적이 없던 터라 긴장이 되었다. 쓱 훑어보아도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는 빵이니 빨리 시작해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대왕 모닝빵을 만들어야 하는데 반죽이 역대급으로 힘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건지 온도가 잘 안 맞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반죽이 뭉쳐지지 않고 손에 계속 거미줄처럼 달라붙어서 동글려지지 않았다. 너무 반죽이 질어서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니 손목이 찌릿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피자빵 반죽을 만들 때는 힘은 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나를 보던 엄마께서 그럴 땐 그냥 반죽을 내버려 두라고 하셨다. 무리하지 말고 시간을 좀 두면 뭉치기 쉬워진다고 말이다. 반신반의했지만 더 이상의 반죽은 무리일 듯싶어서 그냥 이대로 반죽을 보울 가운데로 모아 숙성을 시키기로 했다.


반죽기 가격을 알아보면서 40분이 흐르고 씌워놓았던 랩을 뜯었더니 다행히도 무사히 2배로 반죽이 부풀어올랐다. 겉면은 매끈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뭉쳐지는 반죽이 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구나 싶었다. 그다음엔 동글려서 15분 또다시 40분의 숙성 시간이 지나서 겉면에 계란물을 묻히고 나면 드디어 오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굽기 시작하는 데 엄마께서 약속에 나갈 준비를 하시기 시작하셨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2시에 나가신다고 했는데 지금은 1시 30분이다. 굽는 데는 20분이 걸리고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고 연유크림도 만들어서 넣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반죽 만드는 게 너무 오래 걸려서 시간이 너무 타이트하게 되었다. 아예 가능성이 없다면 오늘은 그냥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애매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과연 엄마께서는 연유크림빵을 무사히 가져가실 수 있을까? 


-(2)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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