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애들은 유튜브로 검색을 한대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불과 몇 년 전에 친구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었다.
"요즘애들은 지식인에 검색 안 하고 유튜브로 검색을 한대"
영상으로 정보를 찾는다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카페를 가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카페 사장님의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듯했다. 사장님이 "숙제하고 놀아"라고 말하니 아이는 자연스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유튜브로 과학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다른 경험 하나가 있다. 그 시기에 나는 블로그에 굿즈 만드는 방법을 포스팅하고 있었는데 종종 댓글로 '유튜브에서 찾다가 정보가 없어서 블로그로 왔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지금에서야 유튜브가 굉장히 보편적이게 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댓글이 충격적으로 놀라웠다. 내가 유난히 늦었다고 말하기엔 내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면 너무 놀라워했다.
이런 흐름의 변화를 따라가고자 2019년 말부터는 굿즈 만들기를 글에서 영상으로 옮겨가면서 유튜브란 세계에 발을 담그긴 했지만 그때도 영상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다. 글은 내가 필요한 곳만 쓰윽하고 보면 되지만 영상은 꼼짝없이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올 때까지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시간 낭비 같아 보였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보지 않던 사람이 여기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도 홈베이킹을 시작하면서 유튜브를 찾는 빈도가 점점 높아졌다. 글로 적힌 레시피는 처음 베이킹을 하는 나에겐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루를 섞는 것도, 휘핑을 하는 것도 (뿔이 서게 머랭을 치라는 데 그건 어떤 말이지?) 생소한 단어들 뿐이었다. 그러다가 유튜브도 검색해볼까 하고 레시피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건 마치 신 대륙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설명란에 깔끔하게 레시피가 정리가 되어있고, 어떤 질감이 되어야 하는지,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것 까지 영상으로 보니까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이래서 다들 유튜브를 찾는 거구나!'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난이도가 있는 베이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영상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베이킹 시작하던 초반에 빵이 웬만하면 실패 없이 잘 나와서 혹시 좀 소질이 있을까 하고 어깨가 으쓱해지던 때가 있었는데 원데이 클래스로 들었던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 수업 때 받아온 레시피 종이를 따라서 다시 만들어봤는데 반죽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렇구나, 이건 모두 다 유튜브 선생님 덕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업대 오른쪽 위에다가 아이패드로 유튜브 영상을 켜놓고 단계별로 따라서 빵을 만들다 보면 유튜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특히나 해외 베이킹 영상을 보면서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곤 한다. 학원과 책 외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늘어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지난날 좀 더 신문물을 빨리 받아들이지 않던 것에 반성을 하면서 내일은 또 어떤 빵을 만들어볼까 검색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