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지마롤은 색이 왜 이래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초심자의 행운 ( Beginner's luck)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새로운 것을 처음 하게 될 때 뜻밖에 맞게 되는 행운이나 성공'이라고 하는데 유독 베이킹을 하면서 초심자의 행운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말 뜻을 다르게 해석하면 첫 번째는 쉽게 성공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만만치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번 연유크림빵을 친구분들과 맛있게 드셨던 엄마께서는 딸이 만들어준 빵을 가져가시는 게 너무 좋으셨나 본지 이번엔 생크림이 가득 들어간 도지마롤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셨다. 이런 부탁을 받으면 내 빵이 다른 이들에게 선보일만한 수준이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어서 매우 기쁘다. 도지마롤은 금방 만들 수가 없으니 약속 하루 전에 만들어서 냉장 보관을 하기로 했다.
만드는 방법은 지난번과 똑같았다. 동일한 레시피 영상을 틀어놓고 계란 4개를 노른자, 흰자로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노른자 반죽과 흰색 머랭을 따로 만들어 섞어서 틀에 붓는 것도, 오븐에서 굽는 시간도 동일했는데 오븐에서 나온 빵은 지난번과는 색이 달랐다. 원래대로라면 갈색빛의 보기만 해도 따뜻해 보이는 색이어야 할 텐데 두 번째 나온 빵은 거무 튀튀 한 게 토치에 그을린 오래된 통나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도 이 부분 안쪽으로 들어가 크림으로 덮을 부분이라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선물인데 아쉬웠다.
그다음엔 크림을 빵 시트 위로 전면에 펴 바른 뒤에 가운데만 볼록하게 산 처럼 쌓아서 김밥처럼 말아야 하는데 어느 영상에서는 잘 말리도록 빵 시트 위에 얇게 칼집을 내준다고 하여 그대로 따라 해 보았다. 돌돌돌 마는 것 까지는 지난번보다 훨씬 수월했는데 말고 난 도지마롤 모양이 동그란 게 아니라 각이 져서 10 각형 정도는 되어 보였다. 당황했지만 시간이 많이 늦었기에 다시 만들 수는 없는 터, 하는 수 없이 유산지로 돌돌 감싼 뒤 손으로 모양을 계속 잡아보고 냉장고에 넣고 2시간을 기다렸다.
2시간 뒤, 냉장고에서 꺼내 양 끝을 칼로 잘라 치워 놓고 예쁜 가운데 부분만 유산지로 예쁘게 포장을 했다. 설거지까지 모두 마친 뒤 잘라 놓은 양 끝 부분을 엄마와 함께 하나씩 맛을 보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맛은 있었다. (훗훗) 물론 맛있는 것만 다 넣은 크림이 맛이 없을 리는 없었지만 걱정이 되긴 했었다.
처음 도지마롤을 만들 때를 생각하면 처음 만든 것치곤 꽤나 잘 만들어져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나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땐 초심자의 행운이 찾아왔던 것 같다. 방심했던 마음을 다잡고 세 번째 때는 더욱 정신 바짝 차리고 만들라는 의미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