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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Nov 29. 2020

[그빵사]28.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

천 리 길도 한 걸음 부터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지난번 레몬 파운드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샀던 3개의 레몬 중에 2개가 남아 있었다. 과일은 냉장고에서 오래 두지 않기로 해서 바로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레몬 파운드케이크와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를 같은 말로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둘을 만드는 방법과 모양으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다. 버터를 먼저 풀고 다른 재료들을 섞는 방법으로 만들고 가운데가 갈라져 있는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한 조각씩 썰어서 먹는 것을 레몬 파운드케이크라 부르고, 계란부터 풀고 다른 재료들을 섞는 방법으로 귀여운 레몬 모양 틀에다가 구워서 하나씩 먹을 수 있는 것을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라 부르고 있다.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는 올해 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레몬 모양의 빵을 흰색의 무언가로 덮은 뒤 금가루 같은 걸로 (알고 보니 피스타치오) 장식을 해서 노란색 유산지로 사탕처럼 포장을 한 뒤 가운데엔 파란색의 레몬 원산지 라벨 스티커를 붙여서 파는 걸 보았다. 케이크 이름은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난 뒤 주말에 가족들이랑 상큼한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피로를 풀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너무나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여러 취미 어플에서 수업을 찾아본 끝에 인스타에서 봤던 모양과 포장도 사탕모양으로 비슷하게 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찾았다. 비용은 6만 원으로 가격대가 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찾자마자 결제를 하고 수업 날 공방이 있던 수원으로 향했다.


그땐 베이킹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서 반죽 농도는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핸드믹서를 돌려야 하는지는 할 때마다 선생님께 여쭤봤다. “이 정도면 다 되었나요?” "조금만 더 돌려주세요." 선생님께서 옆에서 꼼꼼하게 도와주신 덕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쁜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기분 좋게 공방을 나섰던 이후 8개월 만에 수업에서 받았던 레시피로 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베이킹 원데이 클래스는 레시피를 주는 수업과 주지 않는 체험형 클래스로 나눠지는데 내가 들었던 수업은 전자여서 A4용지에 적힌 레시피를 다이어리 속에 고이 접어 간직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필기를 열심히 한 반죽이 묻은 꼬질꼬질한 종이를 꺼내서 재료를 준비했다. 적혀있는 그대로 차분히 따라 하고 있는데 후반부에서 반죽에 녹인 버터와 레몬즙을 넣고 섞는데 이상함을 느꼈다. 푸시 시식- 이런 걸 베이킹 용어로 어떻게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공기가 가득 들어한 술빵 같은 느낌이 드는 반죽이 되었다. ‘수업 땐 좀 더 무게감 있는 느낌이었는데...’ 어딘가 이상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었다.


짤주머니에 반죽을 넣고 틀에 짜는데 ‘푸드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대로라면 매끈하게 나와야 한다. ‘아 처음으로 망하겠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6구 레몬 모양 틀과 9구 조가비 모양 틀에 반죽을 가득 채웠다.


걱정을 한 가득 이고선 첫 번째로 레몬 모양 틀을 넣고 170도에서 16분간을 구웠다. 레시피대로라면 20분이지만 오븐 밖에서 지켜봤더니 밑부분이 검게 타고 있는 느낌이 들어 호다닥 빼줬다. 식힘망 위에서 틀을 통통 쳐서 레몬 케이크를 빼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모양이 잘 나왔다. 두 번째 조가비 틀까지 굽고 식힌 후에 마지막으로 레몬 아이싱 작업을 시작했다.


슈가파우더와 레몬즙을 섞어서 케이크 위에 뿌리면 주르륵하고 흘러내려 굳는 아이싱은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의 빠질 수 없는 중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레시피엔 슈가파우더가 200g이 필요하다 써져있는데 집에는 다 털어도 100g밖에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양을 적게 했더니 얇게 비치는 묽은 아이싱이 되었다. 그 후 야심 차게 장식으로 식용 금가루를 올려보았지만 아이싱이 너무 묽었던 탓에 케이크 색과 금가루 색이 비슷한 나머지 보호색처럼 되어버려서 금가루를 올렸는지 티가 나지 않았다.


맛은 클래스에서 먹은 것보다는 조금 더 폭신폭신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우려했던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새콤달콤한 레몬 위크엔드 케이크 완성되었다. 가족들이 특히나 이걸 좋아해서 만든 보람이 더더욱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배웠던 베이킹을 집에서 혼자 해보니 원데이 클래스와 홈베이킹 둘 사이의 차이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는 모든 재료들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고 만드는 내내 선생님께서 옆에서 하나씩 다 도와주시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전문가만큼이나 훌륭한 빵을 만들어갈 수 있다. 허나 단점은 선생님께 의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주체적으로는 배우기가 힘들다. (물론 원데이 클래스의 취지는 '단순 체험'임을 이해해야 한다.)


홈베이킹은 재료와 도구를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잘못된 점이 보여도 왜 그런지 물어볼 사람이 없지만 옆사람의 진도와 상관없이 나만의 페이스로 한 단계씩 차근차근 베이킹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이 둘 중에 뭐가 낫냐고 묻는다면 어떤 것의 우열을 따지는 대신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원데이 클래스로 베이킹이 나에게 맞는지부터 먼저 알아보고 홈베이킹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나는 3번 정도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난 뒤에 홈베이킹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생겼을 때 딱 한 걸음 떼는 것을 원데이 클래스가 도와주었다. 원데이 클래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혼자서 홈베이킹을 할 생각을 아예 안 했을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나와 같이 처음 접하는 분야를 혼자 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 있다면 먼저 원데이 클래스로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한 발자국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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