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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02. 2020

[그빵사]31. 모카 생크림 카스테라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네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오늘은 베이킹을 좀 쉬어볼까 하고 생각하던 날이었다.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커스터드 슈크림을 만들 때 남은 생크림이 눈에 띄었다.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으려나... 빨리 써야 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확인해보니 유통기한이 남기는커녕 4일이나 지났다. 세상에나!

하루 24시간은 잘 안 가는 것 같은데 일주일은 금방 지나가 있다. 매일매일 '나 혼자 산다'를 하는 날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러다가 어영부영 2021년이 오겠지라는 생각에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감성 돋는 생각도 잠시 눈 앞에 있는 생크림이 나에게 자기 존재감을 어필했다. 버릴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해보다가 냉장고에서 4일쯤이야 괜찮겠지 하며 그래도 오늘까지는 남은 생크림을 다 써보기로 했다.


생크림이 들어가는 새로운 레시피를 고르다가 '모카 생크림 카스테라'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재료도 많이 안 들어가고 공정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가지고 있는 머핀 틀은 낱개로 있는 실리콘 틀로 그마저도  5개밖에 없었다. 12개 분량의 레시피라서 재료량을 반으로 줄일까 하다가 잘 만들 자신이 없어 그냥 가지고 있는 다른 빵틀을 함께 쓰기로 했다.


커피가루를 녹이고 빵 반죽을 만들어서 실리콘 머핀 틀과 레몬 모양 틀에다가 *팬닝을 해주었다. 남은 반죽은 식빵 틀 안에 유산지 컵 3개를 놓고 팬닝을 했다. 170도에서 15분 정도 구워 나온 모카 카스테라는 모양이 그리 예쁘지는 않았다. 이제 베이킹 도구는 더 이상 안 사려고 했는데 머핀 틀은 사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

(*팬닝 : 반죽을 빵 틀에 채우거나 철판에 나열하는 일)


오븐에서 꺼낸 빵은 '애플 코어러'라는 사과씨 빼는 도구로 가운데를 동그랗게 뚫고 크림을 채워 넣어야 한다고 했다. 머핀 틀도 없는데 애플 코어러라는 게 있을 턱이 없으니 작은 과도로 가운데를 동그랗게 파내고 있는데 지난번 스타벅스에서 비슷한 종류의 생크림 빵을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적은 양의 생크림이 가운데에만 들어가 있는 게 아쉬웠었는데 이런 식으로 생크림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구나하고 이해가 되니 케케묵어있던 불만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설탕과 생크림을 단단하게 휘핑한 다음 짤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구멍을 채워주고 난 뒤 위에 방울처럼 크림을 올려주어 '모카 생크림 카스테라'를 완성했다.


맛을 보았는데 빵은 좀 퍼석퍼석했지만 생크림과 같이 먹으니 부드럽게 먹을 만했다. 커피가 들어간 빵은 향 때문인지 왠지 중간은 가는 느낌이 든다. 옆에서 언니도 빵을 먹다가 한 마디를 했다.


"맛은 있는데, 생크림 좀 가득 넣어주면 안 되냐?"


자매라서 그런지 생각하는 게 비슷한가 보다.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준 뒤에 남은 생크림을 찍어 먹으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남은 생크림을 모두 사용했고 아주 다행히도 탈이 난 사람은 없었다. (휴)

 

코로나 때문인지 아님 원래 연말은 그런 건지 이 시기가 되면 유난히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베이킹을 하고 글을 쓰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고 인식이 되는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떤 빵을 만들까? 그건 내일 생각해보자. 내일은 내일 먹고 싶은 빵이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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