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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27. 2020

[그빵사]56. 생각 조각 모음

분량이 적어 한 편으로는 못 내는 이야기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1. 내가 만든 빵과 함께하는 아침

나의 생활 패턴은 새벽 3~4시쯤 잠이 들고 아침 10시에 눈을 뜬다. 전날 저녁은 6시 정도에 가족들이랑 함께 먹기 때문에 공복인 시간이 꽤나 길어 야식을 먹지 않은 날이면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눈이 뜰 때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배고픔이 느껴져도 기분이 좋다.  어젯밤 고군분투를 하며 만든 모카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네스프레소에서 신제품으로 나온 캡슐로 아메리카노를 뽑고, 접시에 모카빵 조각 2개를 담았다. 뜨끈한 커피 한 모금부터 마시면서 서늘한 몸을 녹이고 모카빵 한입 베어 문다. 어제 오븐에서 바로 나올 때보다는 덜 바삭거리고 향도 많이 날아갔지만  어설픔 마저 좋다. 맛도 한참 별로인 빵이 왜 이렇게도 맛있고 따뜻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2.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요즘 나의 고민은 미래에 대한 것도 있지만은(이건 만성적인 답이 없는 고민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코로나 시국 때문이 아니더라도 딱히 만나는 자주 사람들은 없었다. 친구들이 있긴 한데 다른 지역에 있거나 너무 바쁘거나 해서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다. 생일 때 연락 오는 지인 몇 명. 지금 세어보니 나의 핸드폰엔 15개의 연락처만 있을 뿐이다. (근데 가족들 포함이다.) 혼자 있어서 외롭냐고? 내 고민은 그게 아니다. 지금 이렇게 빵을 만들고, 가족들과 함께 그 빵을 나눠 먹으며, 빵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날들이 너무나도 즐겁다. 가족들이랑 살고 있으니 아예 혼자 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족 외에 인간관계가 없어도 되는 건가 즐겁다가도 불안감이 엄습하고는 한다. 괜찮은 건가?


3. 이제는 베이킹 2개는 기본이다.

빈 브레드 박스를 보면 왠지 가득 채우고 싶어 진다. 얼그레이 마들렌은 반죽을 만들고 난 다음에 1시간의 휴지 시간이 필요하다. 한 시간 휴지 시간 동안 남아있던 계란 흰자로 머랭 쿠키를 만들고 굽는다. 이것도 90도에서 60분을 굽는다. 오븐에서 머랭 쿠키를 꺼내면 이제 마들렌을 틀에 넣어 180도에서 8분을 굽는다. 그 뒤엔 언니가 밀크티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언니랑 함께 밀크티를 만들었다. 이젠 3개 정도야 우습다 우스워. (훗)


4. 플레이팅 욕심

재료는 필수라고 변명이 가능하지만 플레이팅은 거두절미하고 욕심이다. 그런데 베이킹이 늘어날수록 식기에 눈이 간다. 예쁜 디저트 플레이트나 포크, 테이블보까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엄마도 만만치 않은 식기 컬렉터가 시기 때문에 내가 도저히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독립할 때를 노리고 있다. (그날은 언제인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엄마 식기를 쓰면 되지 않냐고 엄마는 말씀하시지만 엄마랑은 취향이 너무나도 다르다. 나는 빈티지 식기 느낌을 좋아한다. '이건 꽃! 이건 동물!'이러면서 그 존재감이 드러나는 무늬들보다는 잔잔하게 꽃과 풀이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간 디저트 접시가 없었는데 빈티지 접시로 레녹스 로즈 매너 디저트 접시를 구매했다. 생각보다 너무 톤 다운된 색이어서 처음 받았을 때는 당황했는데 계속 쓰다 보니 그 차분함이 마음에 든다. 계속 사고 싶은 게 늘어난다. 베이킹을 하면서 통장 잔고는 0을 향해 수렴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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