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급적 혼자 일을 도맡아 하는 편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낀다. 다른 이에게 협조를 구할 그 시간에 내가 그냥 해버리고 만다. 도움의 손길 이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경우엔 다소 비효율적이라고도 느낀다.
대체로 이랬다. 직장에서든 어떤 다른 조직이나 모임에서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굉장히 의지하고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바로 나의 생애 첫 책의 출판 과정에서 이를 경험하는 중이다. 브런치북의 글은 애초에 모바일로 보실 분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었고, 나의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공모 수상작인 "서울 한양도성 이야기"는 한양도성 입문자를 특히 생각하며 사진을 많이 수록했었다.
종이책으로 발간될 줄 알았으면 당연히 이렇게 안 썼을 것이다. (요즘에 브런치나 블로그 글 쓸 때,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종이책 발간을 아주 쪼끔은 고려해서 쓰고 있다)
아무튼 종이책 발간 소식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지만, 걱정도 한양도성의 총길이만큼됐었다. 책의 형태도 다르고, 한양도성 순성 당시와 지금은 또 변화된 부분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인문산책 대표님께서 이러한 유형의 소재는 출판사들이 극히 꺼린다고 하셨는데 백분 이해가 되더라.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책 출간 결정 이후, 나에게 사진을 조금씩 보내달라는 말과 함께 천천히 기다려 주시라는 말로 안심시켜 주셨다. 출간작업을 위해, 편집자 역할부터 거의 모든 작업을 도맡아 하시는 대표님은 그동안 브런치북에 나오는 한양도성 순성길과 성곽마을을 직접 찾아다니셨다.
그 후올봄 초교지를 받았는데, 목차를 비롯하여 편집을 굉장히 잘해주셨더라. 누군가에게 이렇게 기대고 의지한 적이 있었던가.
정말 감사했다. 1차 수정 작업을 끝낸 뒤 얼마 전, 흥인지문공원 주변에서 계약서 작성 이후 처음으로 대표님을 만나 뵙고 원고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출판사 인문산책에서 이렇게나 책을 위해 애쓰셨으니 말이다. 서로 한양도성에 대한 찬사부터 걱정거리 포함 이런저런 심경을 나누었는데, 헤어지기 전 대표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작가도 편집자도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한양도성을 다녀왔고, 즐겁게 출간 작업을 했기에 분명 독자들도 좋게 볼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독자들이 즐겁게 본다면 행복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먼저겠다.
나는 월급쟁이로, 만약 책의 인기가 매우 낮더라도 (심리적 슬픔과 타격은 크겠지만) 당장의 생계 등에는 큰 악영향은 없다. 하지만 나를 택한, 출판사와 대표님은 사업자로서 생계문제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자존심 문제이다. 본인이 픽한 브런치북을 좋은 종이책으로 발간해 자신의 안목을 증명해 보이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고, 그 노력의 성취도 맞보고 싶지 않겠는가.그래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진짜 소원이다.
이 달 들어서는 보다 더 정교화 작업 및 저자 인사말 등을 작성할 계획이다.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원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데, 이번만큼은 꼭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한양도성 탐방길은 굉장히 아름다우며, 그 길을 걷노라면 힐링이 절로 이뤄진다.남녀노소, 국적불문. 사시사철, 낮과 밤. 누구에게라도 그리고 언제라도 좋다.
누구도 실망하시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며, 발간될 한양도성 이야기 책은 보다 더 재미있게 한양도성을 탐방하도록 하는, 불쏘시개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