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이후 오래간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원래 한 달에 한 편을 영화관에서 볼 계획이었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어 가지 않았다.
오늘 본 <서울의 봄>도 개봉 전에는 안 보려는 마음이었다. 그이유는 내가 <1947 보스톤>을 안 본 이유와 같았다. 그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화에 대한 평이 좋다는 것과 그 이전 이후 시기를 다뤘던 <남산의 부장들>과 <1987>도 어느 정도 내용을 알았음에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 보기로 결심했다.
큰 틀에서의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영화는 흥미진진했다.
일단 다수의 명 배우분들이 명 연기를 펼쳐 좋았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주연급 혹은 누구나 다 아는 유명 배우들, 그것도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그 이름값에 비해 비중이 작은 역할임에도 줄지어 출연해 열연했다. 내가 아는 배우만 한 스무 명은 돼 보였다. 각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을 해 행동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연출과 대사도 대단했다. 상영시간이 2시간도 넘었지만 짧게 느껴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보는 내내 긴장감이 흐르고 박진감이 넘쳤다. 지지부진하거나 지루하다고 느낀 순간이 단 1분도 되지 않았다. 아주 일부 장면에서 오글거리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몰입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는 메시지 전달이 확실해 좋았다. 젊은 청년들의 경우 12.12 사태와 그 당일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이 영화로 인해 이제는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반란군에 맞선 군인들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질 것이다. 선악구도이지만, 그 선택과 행동에 있어 많은 생각거리나 이야깃거리를 던져주었고 깊은 여운도 있었다.
근 몇 달, 그리고 지금도 볼 만한 영화가 잘 없었다. 그래서 현재 상영 중인 <서울의 봄>은 이미 500만이 훌쩍 넘는 가까운 관객이 보았다. 그런데 더 크게 흥행할 것임을 확신한다. 최소 천만 관객은 가뿐히 돌파할 것이다.
배경지식을 아는 관객도 재미있게 볼 것이지만, <오펜하이머>와는 달리 모른다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대를 기억하는 부모님 세대, 그리고 젊은 세대 모두가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다.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