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V시청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 예능과 교양, 드라마,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는 영화를 종종 본다. 그 외에는 주로 뉴스를 하는 채널을 틀고 휴대폰을 만지거나 다른 일을 겸하고 한다.
그날도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노벨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꿈같은 소식에 깜쪽 놀란 것도 잠시 너무 기뻤다. 순수하게 정말로 기뻤다. 노벨평화상을 고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한 적이 있었고, 그 외에는 단 한 번도 어떤 분야에서도 노벨상을 수상한 적이 없었다. 한국 사람은.
다음 날엔 직장의 바쁜 일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점심시간과 밤에 노벨상 수상 소식을 지인들과 나누었고,다시 뉴스를 통해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 관련 이야기를 접했다. 작가님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님이 나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 알았던,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자로 한국 문단의 거목인 분이라는 것을 평론가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승원 작가는 한강 작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또한 수상 다음 날 아침에 서점에 사람들로 북적였고 한 작가님의 책이 반나절만에 13만 부가 판매되었고 품귀현상이 벌여졌다는 소식도 들었다. 다시 한번 가슴이 벅차올랐다. 노벨상 수상이 역시나 어마어마한 사건임이 피부로 와닿았다. 파급 효과가 당장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나도 한강 작가님의 책을 주문하려고 마음먹었다.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니 당장 주문은 힘들었다. 그러다 집 주변 도서관 사이트에서 작가님의 저서를 검색해 보았는데, 웬걸? 최근 개관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 작가님의 책 두 권이 있었는데 모두대출가능이었다. 알고 보니 그 도서관은 금요일이 휴관일이었더라.
아내가 아침 일찍 가서 줄 서라고 했지만, 그렇게 까진 하지 않고 오픈 5분 전에 갔는데 딱 내 앞에 한 두 분이 계셨고, 한강작가 책 두 권이 그분들에 의해 대출되었다. 나는 "노벨문학상 필독서 30"이라는 책 한 권을 빌린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일찍 나가라고 했지 않느냐며 소소한 핀잔을 주는 동시에, "채식주의자"는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지 않았냐고 반문하더라. 생각이 났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던 해에 아내가 책을 빌려달래서 빌렸던 적이 있었다. 나는 작년까지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이때 읽지 않았었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목 관련 및 전공 책만 많이 읽었었고.
아무튼 책을 못 빌리는 대신, 예약대기에는 성공을 했다. 그리고 원래 구매를 할 목적이었고 그래서 무리하게 책을 대여하지 않으려 했으며, 작가님 책 중 어떤 책을 구매할 지만 정해지면 구매할 계획이다. 이렇게 오늘 오전은 이러한 에피소드가 있었고 축제의 시즌이라 오후부터 밤까지는 축제 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귀갓길 대중교통에서 민음사 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노벨문학상 수상 중계 현장 및 민음사 편집자의 반응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해외문학상 파트 세 분이 모여서 한 중계는 모두 한국 작가 수상은 예상 못하다 발표 순간 감격스러워들 했는데, 이 모습을 보니 그때는 나도 눈물이 나더라. 평소 책도 안 읽고, 한강 작가의 책은 읽어 본 적도 없으며, 문학에 관심도 없는 사람인데 감격의 눈물이 났다.
노벨문학상을한강 작가가 수상하기까지의 기간보다는 짧은 세월 내에 또 한국 작가가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고, 대한민국의 어린이와 학생들이 영향을 받아 미래에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출판계 그리고 독서 열풍도 불지 않겠는가. 당장 나도 책을 읽으려고 하니까.
이 여운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평소 한강 작가와 한국 문학에 아무 관심 없었지만, 같은 한국인으로서 너무 자랑스럽고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극히 일각에서 잡음을 내는 걸로 아는데, 그냥 한국인이라면 온전히 축하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