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돈화문국악당 대표 레퍼토리 <산조 대전>

[25. 3. 21.] 연주가에게는 꿈의 무대, 관객에게는 감동의 무대

by 곽한솔


유려한 손놀림에서 나오는 현란한 연주, 강약 조절과 호흡조절 그리고 리드미컬한 연주로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움직이며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무대



산조 공연 솔직히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다소 지루하거나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갔는데 이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산조 뒤에 붙은 "대전"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2021년 처음 시작한 이후 5회 차를 맞이한 2025년 <산조대전>이 왜 돈화문국악당의 대표 레퍼토리인지도 확실히 알게 됐음은 물론입니다. 이례적으로 제가 서두부터 깊은 감명을 받은 소감을 먼저 썼을 정도로 좋았던 산조대전 공연에 대한 관람 후기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2025 서울돈화문국악당 기획공연 <산조대전> : 3월 12일~30일(목~일, 총 12회)


900%EF%BC%BFFB%EF%BC%BFIMG%EF%BC%BF1741474360159.jpg?type=w966 2025 산조대전 포스터


- 산조의 음악적 가치를 조명하는 서울돈화문국악당 대표 레퍼토리
- 현시대를 대표하는 28명의 예인들의 공력이 깃든 연주와 산조의 선율
- 공연부터 포럼, 마스터 클래스까지! 다채로운 구성으로 즐기는 2025 산조대전


서울돈화문국악당 누리집 소개 글에 의하면 '산조'란 흩을 산(散)에 고를 조(調) 자로, 흩어진 가락 또는 허튼가락이라 일컫는데요. 민속악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기악 독주곡으로, 연주자와 고수가 무대에 등장하여 장단의 틀에 맞춰 연주하는 형태라고 합니다. 총 12회 동안 거문고, 가야금, 피리, 아쟁, 해금, 대금, 퉁소, 철현금, 철가야금 등 악기 연주자 28명이 출연하는데 어떤 날은 두 명, 어떤 날은 세 명이 연주를 하더라고요. 어떤 날 보러 갈까 고민하다가 기왕이면 세 분이 나오는 날에 가고 싶었고, 또한 상대적으로 더 접했던 악기인 가야금과 거문고산조보다는 다른 악기 연주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공연 일정이 보이더군요. 바로 3월 21일 금요일의 2025년 산조대전의 여섯 번째로 아쟁과 피리 그리고 퉁소의 총 세 연주자가 나오는 날로 결정했습니다. 마침 한 주 동안 일과로 쌓인 피로를 풀기에 좋은 금요일, 퇴근 직후 공연 보러 직장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번의 환승을 거친 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도보로 서울돈화문국악당에 입장했습니다.

900%EF%BC%BFFB%EF%BC%BFIMG%EF%BC%BF1741946442297.jpg?type=w966 출처 : 서울돈화문국악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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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단으로서 특별히 1층 안내 데스크에서 명함을 수령, 공연장이 있는 지하 2층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활용해 도착했습니다. 이미 홀에는 기대치 가득한 많은 관객분들로 차 있었습니다. 티켓을 수령했는데, 티켓 겉면에 공연 프로그램북 QR코드가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입구 앞에도 별도의 QR코드 안내 게시대가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접속하기 위해 붐빌 필요 없이 본인의 티켓을 활용할 수 있었기에 편리했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제가 연극, 클래식 포함 다양한 공연장에 최근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1층에서도 안내원이 상주해 한 분 한 분 안내를 해드리기도 했네요. 이렇게 배려를 받은 덕분에 공연 전 더욱 기분 좋은 마음을 가지고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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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대전은 연주자에겐 꿈의 무대, 관객들에게는 감동의 무대입니다.

첫 무대 시작 전 2025 산조대전의 총감독을 맡으신 이태백 감독님께서 사회자로서 공연의 취지와 개괄적인 설명을 해주셨고, 이후에도 각 공연가의 공연 전후에 무대에 대한 설명과 감독님께서만 알고 계신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알려주셨는데 공연에 몰입하고 그리고 그 감동의 여운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산조대전이 연주자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하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랬습니다.


경연 무대가 아닌 이상 독주로, 독무대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을 것이니까요.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소중한 산조대전이기에 5년째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싶네요.


공연은 박대성류 아쟁산조 김상훈, 이충선류 피리산조 임규수, 한범수류 퉁소산조 최여영 연주가 순으로 장구 고수 한 분을 제외하곤 독주 무대로 구성이 됐습니다.



박대성류 아쟁산조(김상훈)

고수 배런 |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부수석 단원

900%EF%BC%BFDSC05958.JPG?type=w966 서울돈화문국악당 제공

산조는 '진경산수화'와 같습니다. 원근의 위치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다르듯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가오는 산조의 미감이 다르며, 각도에 따른 보임이 다르듯 짜인 선율의 흐림에 따라 흥취가 달라지는 묘미가 있습니다.

900%EF%BC%BF1742603916748.jpg?type=w966 출처 : 산조대전 프로그램북


현악기 아쟁 연주 무대를 보니 왜 김상훈 연주가가 진경산수화와 같다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오른손에는 활대, 왼손은 직접 현을 튕기고 혹은 누르고 하는 등으로 현악기 아쟁은 연주되었는데 정말 강약 조절의 끝판왕이었습니다. 소리를 크게 내었다 작게 내었다 중간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음의 높낮이를 넘나들며 다채롭게 소리를 냈습니다. 손으로 현을 짚을 때에도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짚기도 하면서 세기를 달리해 튕기는 등 빼어난 손놀림으로 듣는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위 고수님 외, 무대 밖 관객 고수님들의 추임새였습니다. 이는 뒤 무대도 마찬가지였는데 화려한 기법이나 가락이 나올 때 특히 객석 한 세네 분의 관객분들이 탄성의 추임새를 포함해 연주 내내 소리를 더했는데 이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국악 악기 공연에서는 '이렇게 관객 참여가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공연의 흥을 곱절 이상으로 돋우는 효과가 있어 좋음을 넘어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추임새의 주인공 분들 또한 국악 악기 연주가분들이고, 그렇기에 이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덕분에 공연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등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900%EF%BC%BFDSC05919.JPG?type=w966 서울돈화문국악당 제공


기본적으로 분명 우리 소리 특유의 구슬픈 가락이었지만 위의 현란한 연주와 여러 고수님들의 참여 및 호흡 덕분에 구슬피만 들리지 않고 재미있게 어떨 때는 흥겨움도 느껴졌습니다. 첫 단추를 완벽히 꿰찬 무대였습니다. 감독님께서 시작 전 김상훈 연주자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주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주셨는데, 한 점의 부끄러움도 느끼실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후배들에게 오직 자랑스러운 연주자로 오래도록 기억되시리라 확신합니다.


무대 후 사회자께서 아쟁계에는 사대천왕이 있는데 그중 두 수장은 돌아가셨고 두 분은 계시는데 그중 한 분이시자 바로 김 연주가가 사사받은 스승님 박대성류의 박대성 대가께서 공연 보러 오셨다고 건강을 기원하며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정정하시지만은 이렇게 제자의 공연에 친히 보러 온 대가의 모습은 제 가슴을 뜨겁게 해 주었습니다.



이충선류 피리산조(임규수)

고수 최영진 | 국가무형유산 판소리(고법) 전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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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산조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되길 바라며 특히 이충선류 피리산조가 더욱 자주 연주되어 초기 피리산조에 대한 매력이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900%EF%BC%BFScreenshot%EF%BC%BF20250322%EF%BC%8D092937%EF%BC%BFHancom_Office_Viewer.jpg?type=w966 출처 : 산조대전 프로그램북


사회자께서는 "내 음악이 일반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라는 임규수 연주자의 포부도 전해주셨는데요. 피리산조는 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이 될 것입니다. 다른 국악 악기도 물론 대중성을 사로잡습니다만, 특히 피리는 (대중이 접할 기회만 늘어난다면) 더욱이 일반 대중이 사랑하는 악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이날 연주를 보고 느꼈습니다.


왜냐면요, 소리가 좋습니다. 밴드 연주자께 가락을 연주하는 게 아닌 리듬악기에 해당되는 베이스 기타를 어떻게 처음 시작하시게 되었느냐가 물어보면 '소리가 좋아서'라고 답하시는 분을 더러 봤습니다. 피리가 내는 딴딴하면서도 깊은 울림의 소리가 너무 좋더라고요. 이건 개인의 취향이나 호불호를 타지 않고 모든 대중에게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서양에도 피리 악기가 있잖아요? 형태는 다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피리는 모두가 사랑하는 소리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내는 소리도 좋은데 전 무대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길게 뺐다 짧게 뺐다, 고음을 냈다 저음을 냈다 하는 그 유려하고도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과 밀당하는 듯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 연주 및 소리는 제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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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공연이 약 20~25분 정도 소요되었고 아주 잠깐잠깐은 잡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만, 피리 무대에서는 거의 잡생각을 하지 않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력이 빼어난 무대였습니다. 몰입력이 좋기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피리는 대중성을 담보한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태껏 클래식 공연을 더 봐왔었고 좋아했는데요. 만약 제게 피리 독주와 클래식의 관현악기 독주가 동시에 있어서 어디에 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이 시간 이후부터는 저는 고민 없습니다. 피리 독주 공연 갑니다. 짧고 굵은 이 말로 피리 공연이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한범수류 퉁소산조(최여영)

고수 장재영 | 전국고수대회 대명고수부 대통령상(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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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의 다양한 삶을 노래한 민중 음악의 대표 퉁소 음악이 보다 대중화되고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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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산조대전 프로그램북


무대를 보고 나니, 국악당 SNS를 통해 전한 연주가들의 메시지가 무슨 말인지 확실히 와닿네요. 퉁소가 왜 민중들의 다양한 삶을 노래한 것이 어떤 말인지를 무대로 보여주시더라고요. 앞선 아쟁이나 피리에 비해서는 퉁소는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는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해설사님께서 무려 고려의 고려사에 퉁소의 기록이 나온다고 합니다. 천 년의 역사 혹은 그보다 더 오래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악기였던 것이죠.


소리를 듣고 보니 우리가 학창 시절 그렇게 애먹으면서 불어봤던 '단소'와 유사한 면이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단소는 역사가 짧더라고요. 이름도 짧을 단을 쓴 것을 보면 퉁소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무튼 소리를 내는 방법과 소리는 단소와 비슷하다고 이해하셔도 좋을 듯한데 그보다 더 풍성한 높낮이를 내는 것 같았습니다.


단소 불기 힘들잖아요. 저는 삑사리 80, 소리 20의 비중으로 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불기 어려워 보이는 퉁소를 연주가께서 훌륭히 연주해 주시니 듣는 귀가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명쾌하게 쭉쭉 뻗어나가는 피리에 비해 단소는 일부 구간에서 삑 하는 느낌의 소리가 나는 등 살짝 불안정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불안정함이란 절대 연주가 미흡하다든지 그런 뜻이 아니라 음을 빗겨서 낸다고 해야 할까요? 다양한 소리를 내는 느낌의 의미입니다.


900%EF%BC%BFDSC05806_%EF%BC%881%EF%BC%89.JPG?type=w966 서울돈화문국악당 제공


다른 악기도 그러긴 했지만 퉁소 연주에서 호흡을 잠깐잠깐 끊어서 연주하는 그 부분이 참 좋더라고요. 여백의 미가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쭉쭉 뻗어나가기만 하지 않고 호흡을 조절해 소리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소리를 길게 뺐다 짧게 냈다,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을 통한 음의 고저를 내는 소리는 흥미를 높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무대의 백미는 관객석을 향해 퉁소 방향을 좌측, 우측으로 쭉 가리키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며 관객과 호흡하고 호응을 이끌어 내는 장면이 일품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왜 민중의 음악이고 민중의 삶을 노래했다고 했는지 십분 이해가 됐습니다. 삶의 고달픔을 느끼고 있는 제게 "다 알고 있고,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다. 우리 같이 한번 이겨내 보자"라며 위로하는 듯한 그런 무대였습니다. 연주의 유려함과 완성도는 제 주관적으로 제가 느끼기엔 아쟁과 피리가 더 낫게 전해졌는데, 연주의 임팩트와 위로 측면에서는 퉁소였습니다. 국악 관현악 두 악기로 비유해 보면 피리는 힐링, 퉁소는 위로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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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간중간 그리고 끝나고 나온 이 말은 단순 추임새가 아니라, 단어 직역 그대로,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의 약력을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참 잘하십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공연 보기 전에는 산조 공연이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선입견이었죠. 첫 무대 아쟁 연주에서 부끄러움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진짜 엎드려뻗쳐하고 벌서고 싶었습니다. 고수가 있지만, 국악 악기 독주의 산조의 매력과 그 감동의 무대는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넘어서서 제 심장을 찔렀습니다.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 악기의 고수가 펼치는 독주가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리뷰가 많이 길어졌네요.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 못 했습니다. 산조대전, 일 년에 한 번은 너무 적습니다. 최소 반기에 한 번으로 일 년에 두 번은 했으면 좋겠네요! 해마다 개최되는 산조대전 시기에 부디 많은 분들이 꼭 관람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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