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8. 13.] 그저 좋았던 한 밤의 가야금 공연
아름다운 선율의 자작곡, 뛰어난 팀워크와 연습이 만들어낸 환상의 연주. 듣는 내내 행복했던,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무대였다.
지난 3월에 시작한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리뷰단 활동이 어언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그동안의 리뷰 활동 한 번 쌓아 볼까요? 3월 산조대전(돈화문), 4월 퓨전국악 이상밴드 콘서트-이상한 풍류(남산), 5월 전통 춤 雙錦(쌍금) 두 개의 비단(돈화문), 6월 예맥 악가무-월하가연무(남산), 7월 윤예슬 가야금 독주회 V-여창가곡(돈화문).
8월은 양 국악당 공통으로 "야광명월" 프로그램이 끌렸고요. 지난번 돈화문 국악당을 찾기도 했고 남산 아래 위치해 야광명월과 잘 어울리는 남산국악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또 선택지가 남아있었어요. 프로그램은 청년 아티스트 네 팀이 8월 13일과 14일, 각각 20시와 21시로 총 네 번 구성됐기 때문이었죠.
우선 14일은 80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절의 전야제 행사에 갈 수 있어 제외했고, 다음 날 출근해야 했기에 앞 시간대를 선택했습니다. 즉 8월 13일 수요일 20시, 가야금 3인조 <누룽지>의 야광명월 프로그램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답니다! 그러니까 공연가를 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라인업의 청년 아티스트 네 팀 중 누구라도 좋았기에 오로지 제 개인 선호 일정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또 정하고 보니, 소리보다는 악기 연주라는 점 그리고 두 악기 이상의 어울림이 아닌 한 가지 악기 구성이라는 점에서, 야광명월이라는 프로그램명에 가야금 3인조 <누룽지> 팀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선택이 만족스러웠습니다. 회차당 50명 관남의 남산 야광명월의 티켓은 전석 무료지만 사전 예약자만 관람 가능했습니다.
사전 예약을 마친 저는 여름철, 비 온 뒤 폭염으로 지친 심신을 달빛 아래의 국악 공연을 통해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서울남산국악당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공연 당소는 평소 자주 가는 해태홀도, 특별한 이벤트 공연 장소인 그 앞 야외마당도 아닌, 국악당 건물 안 "연습실"이었습니다. 낯선 장소라 생소했기에 오히려 높은 텐션으로 입장했습니다.
남산 야광명월, 가야금 3인조 <누룽지>
- 곡명 : 스플랜더, 지금 여기, 봄의 틈, 소용돌이, 월야, 켈틱 야금
교감,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의 소통이 빛났습니다.
첫 곡 스플랜더로 포문을 연 누룽지 팀은 이날 연주한 6곡 모두를 빠짐없이 세 멤버가 곡 소개를 했는데요. 누가 어떤 마음에서 썼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한 곡 한 곡 소개 멘트에도 정성과 준비를 많이 했음이 느껴졌습니다.
백미는 사전에 관객에게 누룽지를 나눠주고 마지막 곡에서 이를 흔들며 연주에 참여하게 한 장면. 남녀노소의 다양한 관객과 하나 되는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전부 자작곡이며 모두 균등히 좋아서 놀랐습니다.
곡 하나하나가 선율이 아름다웠고 대중성을 갖춘, 수준 높은 좋은 곡이라 느꼈는데 세 분의 자작곡이란 것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모두 대중적이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이 있었고요.
한 곡을 들으면 그 곡이 좋아서 앞의 곡이 잊히고 또 다음 곡을 들으면 역시나 좋아서 그전 연주가 잊히는. 그러니까 한두 곡 만이 대표적으로 좋은 것이 아닌 전 곡이 균등하게 좋다는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본인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것이기에 더 좋았던 것 같네요.
또한, 가야금 연주 실력과 몰입이 빼어났습니다.
기본적인 연주 역량이 우선 뛰어났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연습을 많이 한 티가 확실히 났어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맞추는 합에서 연습 진짜 많이 하셨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소개 멘트할 때의 밝은 표정에서 연주에 눈빛이 변하며 연주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곡 연주 후 멘트에서 작은 실수가 있었는데, 진짜로 연주를 잘하려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나온 실수임이 전해졌어요. 오히려 좋게 느껴진, 즉 실수가 플러스 효과를 냈습니다. 관객에게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려는 진심과 의지가 전해졌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실, 무늬만 청년이지 베테랑과 다름없습니다.
자작곡+연주 실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이 팀이 야리야리한 청년의 모습이라 그 역량이 더 놀랍게 다가왔을 수 있지요. 그런데 제가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어린 시절부터 연주를 시작했다면 청년 나이대라도 최소 15~20년의 경력을 갖추었을 겁니다. 이 정도 세월 갈고닦은 예술가라면 나이만 젊을 뿐이지 완전 프로지요. 게다가 세 분은 15년 지기라 하더라고요. 팀워크가 좋을 수밖에요.
벌써 끝났어?!
9시 공연도 있었기에 8시 40분 무렵 끝날 수밖에 없었고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인 건 맞지만, 몇몇 관객으로부터는 육성으로 이 말이 터져 나왔고요. 앙코르와 함께. 그리고 아마도 모든 관객이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너무 좋았기에 마지막 곡이란 말을 하자마자, 연주가 끝나자마자 진한 아쉬움이 들 수밖에요. 다음에 누룽지 팀의 연주 무대 찾아가서, 이날의 행복을 다시 꼭 느껴보고 싶습니다.
야광명월이란 타이틀임에도 실제 달빛 아래인 야외가 아닌, 건물 지하의 연습실에서 공연이 개최된 점에 대해 아이러니하고 의아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중요한 건 무대를 준비한 분들의 진정성이었어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객을 안내하며 원활한 공연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신 공연 프로듀서 등 관계자 및 스태프분들, 그리고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청년 국악 아티스트 '누룽지'. 너무 좋은 무대가, 장소의 의구심이나 객석 의자 등 약간의 불편 사항들을 완벽히 상쇄시켰습니다.
더욱 운 좋았던 것은 첫 번째 줄에 앉아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관람했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했을 것입니다. 이번에 못 가신 분들께서는 다음 기회에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야광명월 프로그램에 꼭 참석하시어 제가 느낀 이날의 느낀 행복감을 가득 느껴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