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집

플라잉 휠체어 15화

by 두꺼운 손가락

일본에서의 모든 것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15. 태양의 집



국민학교 다닐 때는 휠체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기어 다니거나 업혀 다녔다. 재활원에서는 몇 대 안 되는 휠체어 때문에 친구들과 죽일 듯이 싸우며 살았다.

휠체어는 승리의 상징이었다. 넋 놓고 있다가는 휠체어는 어림도 없었다.


태양의 집에서 난생처음으로 휠체어를 갖게 되었다. 그것도 나만을 위한 맞춤 제작 휠체어 말이다. 얼마나 벅찼는지 모른다.

나만의 휠체어라는 것은 상상도 해 본 일이 없다.


휠체어 제작사 직원들이 기숙사 내 방까지 찾아와 내 다리 길이, 팔 길이, 팔을 굽혔을 때 바닥에서부터의 높이, 휠체어 바퀴를 돌릴 때 내 팔의 반경 거리 등등 엄청나게 꼼꼼하게 치수를 쟀다.

직원들은 마치 내가 굉장히 귀한 집의 무엇이라도 된 듯 깍듯하게 대해주었고, 한 달쯤 지나서 나만의 휠체어를 배달받았다.

여기 도착해서 임시로 받은 휠체어도 굉장히 좋은 것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내 몸에 맞는 휠체어를 타게 되니 처음에는 오히려 더 어색하고 불편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휠체어는 각자의 몸에 맞췄기 때문에 모든 휠체어의 모양이 조금씩 다 달랐다.


아침이 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셀 수 없는 휠체어가 공장단지 길 위로 쏟아져 나온다. 걸어가는 사람보다 휠체어 탄 사람이 더 많았다.

걷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못 걷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가득한 공장단지 안의 아침은 정말 가슴 벅찼다.


스무 살이 되도록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천방지축으로 살아온 나는, 사회생활을 그것도 외국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공장 안의 작업대는 나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아니 놀랍다는 말도 적절한 단어는 아니다. 이런 세상이 다 있었나.


부모님께 나의 이런 생활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세상도 있으니 나에 대한 걱정과 아픔을 좀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공장에서 진행되는 전체 작업, 그중에서 내가 배우고 맡게 될 작업내용과 내 개인 작업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모든 작업대는 개인 맞춤형 작업대였다. 개인 맞춤 휠체어도 황송한데 작업대도 내 신체 사이즈에 맞춰 준단다.

내 앉은키에 맞는 작업대 높이, 힘을 거의 쓸 수 없고 반쯤만 올라가는 왼팔에 맞추어 할 수 있는 작업내용, 그뿐만이 아니었다.


손을 못 쓰는 사람에게는 팔에 끼워서 작업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끼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양팔이 없는 사람은 페달을 눌러 돌려 일 할 수 있는 작업대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팔다리를 다 못 쓰는 심각한 장애인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특수한 대롱을 입에 물고 있었는데, 대롱을 불어 기계를 조작하고, 남은 팔의 뭉툭한 부분으로 버튼을 눌러 기계를 움직여 일을 하고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작업 전체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감독하고, 서류들을 정리 배달하기도 했다.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장애의 상황에 맞는 일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작업대와 도구를 만들어 주었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곳이라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벳부 공장단지는 놀랍고 충격적이었으며 그동안 속아 살아온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배신감도 들었다.


동시에 열심히 살면 나도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의욕도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는 나 같은 사람은 가용인력으로 치지도 않는데, 여기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 너무 부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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