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원 생활

플라잉 휠체어 8화

by 두꺼운 손가락

재활원 생활은 온통 낯선 것 투성이었다.




8. 재활원 생활



내 편의를 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아무도 내게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이 경쟁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종이 치면 어디론가 기어가고,

엉덩이로 직직 끌고.

다들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모른다.

밥 먹는 것도, 화장실 한 번 사용하는 것도 모든 것이 다 전쟁이었다.

재활원에 와서 처음으로 들어 본 말들이 참 많았다. 집에서는 불경을 외우는 사람은 있어도 찬송가는 처음 들어봤다. 교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가 본 적도 없었다.

상관없었다.

매일 아침 드리는 예배시간은 내겐 그저 앉아서 자는 시간일 뿐.


교회 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어떻게 나를 크리스천이 세운 재활원으로 보냈을까 하는 것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나를 받아준 유일한 곳이 여기 성세재활원이었다.

부모님의 입장에선 불교가 아니면 어떠랴. 내 아들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지 않은가. 하는 심정이셨을 것 같다.


친구들은 참 열심히도 기도했다.

나보다도 다리 길이 짧은 놈이 걷게 해 달라 하고, 자기도 베데스다*에 넣어달라고(베데스다는 또 어디인가).

자기 보고 일어나 걸으라고 명령해 달라질 않나.

다들 매일 눈물로 간절히 기도하는 걸 들었다.


하나님은 고마운 분이지만 궁금하지 않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났다.

사랑이 많고 공평하신 분이시라고 했는데.


‘공평’이란 단어가 내 목에서 칵하고 걸리면서 밑으로 내려가지지 않았다.


내 이 다리는 무엇을 증명하는가.

여기 모인 모두가 기어 다니고 있으니 공평하다는 말인가?


원망과 절규가 솟구쳤다. 억울했다.

아침마다 부르짖었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나하나뿐인 공간에서는 온 식구가 나 하나만을 위해 기도하고 빌고 했을 때는 정말 고쳐질 거 같았다.

이 모든 기도를 나 혼자 독식하는 거니까.


여기는 기도마저도 경쟁이다.

혹시 신이 쟤만 고쳐주시면 어쩌나.

만 안 고쳐주시면 어쩌나.


신은 정말로 이렇게나 많은 병신들을 다 고치실 수 있을까.


기도가 어색하기만 한 나는 기도 소리가 듣기 싫어 귀를 막다가도 혹시 기도 안 하면 안 들어줄까 봐 친구들 기도에 나를 얹어갔다.


아무리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어도 여기 있는 1분 1초마다 마주하게 되는 불편함과 피로는 저 운동장의 먼지 크기보다도 좋아지지 않았다.


나란 사람은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왜 태어났고,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 구실이라는 것을 내가 할 수는 있게 될지. 끊임없는 독백이 계속됐지만 내 의지대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재활원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방법밖에는 삶을 살아가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재활원 일과는 오전에 수업, 오후에는 운동이었다.

우리가 무슨 운동을 할 수 있냐고?


놀라지 마시라. 우리는 매일 축구를 했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애들이 축구를 했다고 얘기하면 모두들 의아해하는데 어려울 것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되듯 팔, 손바닥, 남은 다리, 엉덩이 등 사용할 구석은 얼마든 많다.

모래먼지 풀풀 나는 운동장에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온몸으로 질질 공을 몰고 다니다가 골대에 넣으면 된다.


이런 얘기를 하면 혹자는 애처로워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상상 자체를 못하는 이도 있었지만,

온몸으로 바닥을 굴러본 적 있는가?

가장 순수하게 자유함을 느낄 수 있다.

운동장 한 켠에는 철봉과 그네도 있었는데, 거기에 매달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재활원이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점도 한몫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다면 그렇게 신나게, 자유함을 느끼며 이 한 몸 다 바쳐 놀다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놀지는 않았을 것 같다.


※ 베데스다 연못 : 천사가 내려와 연못 물을 움직일 때 장애인이 몸을 담그면 낫는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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