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의 의미

같이 있어야 보이는 것들

by 유지경성

여행을 떠날 때 우리는 대개 목적지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도달할지를 고민한다. 혼자라면 모든 일정과 계획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누구에게 맞출 필요도 없다. 내 속도에 맞춰 길을 가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득 생각해 본다. 단순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이 진정한 목표일까? 그리고 온전히 내가 행복을 느끼는 길일까?


동행이 있으면 때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함께 걷다 보면 속도를 맞추고, 상대의 기분이나 기호를 배려해야 하며, 때로는 내 계획을 미뤄야 할 때도 있다. 가고 싶은 식당이나 보고 싶은 풍경을 포기해야 하기도 하고, 의견 충돌로 예상치 못한 감정싸움을 겪기도 한다. 혼자라면 쉽게 지나칠 일들이 동행과 함께일 때는 사소한 갈등이 되기도 한다. 이럴 때면 과연 이런 마찰이 필요할까, 혼자라면 더 편할 텐데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넘어설 때 동행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서로 다른 속도를 맞추며 경험하는 좌절이나 답답함 속에서 우리는 혼자서는 느끼지 못할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가령,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있는 이에게 의지하며 혼자였다면 느낄 수 없는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길을 잃거나 예상 밖의 상황에 부딪힐 때 동행이 곁에 있으면, 그 순간이 두려움이 아닌 작은 모험이 된다.


또한, 함께 특별한 풍경을 마주하거나 작은 순간에 웃음을 나누며 혼자라면 느끼기 어려운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혼자서 경험했을 때는 단지 ‘좋은 순간’으로 지나갔을 풍경도, 동행이 있다면 그 순간을 공유하며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이런 점에서 동행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우리에게 더 큰 의미를 선물해 준다.


나를 돌아보면 내 인생의 의미는 내가 지금 서 있는 직장이나 학교, 혹은 쌓아온 재산 그 자체의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걸어온 과정 속에서 함께했던 나 자신과 가족, 친구, 연인과의 추억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행이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동행과 함께 서로의 걸음을 기억하며 나누는 시간들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 Photos taken in Bordeaux,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