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교육이 사교육인가요?

by 미칼라책방



아이들의 사교육은 언제 어떻게 시작될까요? 문화센터나 놀이학교는 돌 전부터 시작합니다. 심지어 요즘은 문화센터 수업을 집에서 진행하는 홈문센의 인기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정확히 사교육이 무언지 언제부터 하는지 따지는 건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그중에 한글이나 숫자를 떼기 위한 학습지는 가장 많이 하는 것이므로 너나 나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큰아이 네다섯 살 때 놀이터 친구들이 하나둘씩 학습지를 시작했습니다. 내심 ‘내 아이는 학습지 안 하고도 잘 키울 수 있어!’ 라고 했지만, 정작 내 아이만 안 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학습지 선생님을 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학습지 회사가 정말 많다는 것을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샘플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회사에 따라 학습지를 보내주는 곳도 있었고, 선생님이 직접 방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방문교사를 활용해야만 했지만, 일부는 학습지만 배송해 주는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아이와 제가 선택한 것은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놀이와 학습의 중간 어디메쯤 되는 활동들이었고, 재미있게 놀다 보면 글은 뗄 수 있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아이와 나의 일정만 맞추면 되었기에 때론 밀리기도 했고, 때론 도착하자마자 다 해버려서 다음 호를 오매불망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교육에 발을 들였습니다.


사적인 교육이 사교육이라면 저의 품도 한몫했습니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만들었습니다. 한글과 숫자, 알파벳과 명화는 일일이 오려 코팅을 했습니다. 학습지 선생님이 들고 오는 것보다 품질은 떨어졌지만 엄마표 장난감은 변신도 가능하고 재주문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깨질까 찢어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또 만들면 되니까요.


그때는 방문학습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뭐 그렇게까지 학습지에 까탈을 부렸을까 싶습니다. 방문교사가 오든 엄마가 하든 중요한 건 아이와 눈 맞추며 재미있게 노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놀면서 배우는 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그 배움의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놀이를 위한 곳, 놀이터에는 많은 배움이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개미를 만난 날이었습니다. 개미는 곤충이지만 거미는 곤충이 아니라는 걸 아이들의 자연관찰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거미가 곤충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엄마가 놀라워하니 아이는 “정말?”이라며 함께 놀라워했습니다. 아이는 그 순간 앎을 체득했고, 저는 앎을 수정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사적인 교육은 본격적으로 학원에 보내기 전까지 엄마가 주도하는 진정한 사교육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