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학교

by 미칼라책방



학교는 교육을 실시하는 곳입니다.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을 학생이라고 하며, 학생은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배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며 계획대로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을 치밀하게 수행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 교육부가 고시하는 교육과정을 톺아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그대로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지덕체를 겸비한 터미네이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실현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취향이라는 것이 있으며 우뇌형인지 좌뇌형인지에 따라 다르고, 게다가 호불호 과목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교육부 고시 개정교육과정을 완벽하게 실시하는 학교도 보지 못했고 그에 따르는 학생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학생이 저의 세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제 아이들이 학교를 재미있어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한 분의 선생님이 수십 명의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구미에 딱 맞게 내 아이만을 위해 가르칠 리는 만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았고, 엄마는 교사가 아니었으므로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눈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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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오래 이용한 곳은 과천과학관이었습니다. 취학 전에 곤충관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과학관에서 분기별로 접수하는 교육과정에 매번 등록해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과학과 수학뿐만 아니라 인문, 역사도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세 아이 모두 알차게 이용했던 기관입니다.


경기 꿈의 학교도 세 아이 모두 만족했던 프로그램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학교 밖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 아이가 참여했던 것은 발명, 목공, 경영, 오케스트라, 드론, 3D, 텃밭 등입니다. 그밖에 학교에서 진행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 꿈의 대학까지 연계되어 있으므로 계속 이용하고 싶은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관공서도 좋은 학교 밖 학교입니다.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숲학교를 다녔고, 시에서 승마학교와 연계하여 아이들이 승마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와 국회, 외교부 등과 같은 정부기관 견학도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박물관은 여행지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구경거리였습니다.


아이들과 다녔던 곳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DMZ 방문이었습니다. 여러 코스를 다녀왔는데 그중 제일은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에 있는 휴전선 감시초소(GP)였습니다. 글로만 배웠던 우리나라 역사와 안보를 눈과 손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받아들인 날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막내 딸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여자화장실이 없다면서 당시 건물에 있던 군인들이 모두 밖으로 나오고서야 막내가 화장실에 갈 수 있었던 일화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학교 밖에서 뭔가 알차게 배우리라는 목표는 없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찾다 보니 북한 코앞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다녀올 때마다 아이들이 종알종알 떠드는 이야기에 신이 나서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착착 진행되었다면 아마도 오래가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그때 생각나는 곳을 찾아다녔거든요. 국회 본회의장을 뉴스에서 보며 아이들과 국회 견학을 예약하는 식이었습니다.


배움은 학교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도 이루어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다닌 학교 밖 학교는 개정교육과정과 아무 상관없이 다녔지만 결국 아이의 내면에서 수렴되었습니다. 엄마는 다양한 과정으로 쌓인 배움들이 언젠가 아이의 손끝과 발끝을 통해 발현되리라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엄마는 학교 밖 학교에서 그 믿음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