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결정 기준

by 미칼라책방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습니다.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엄마가 끼고 있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알면서도 보낼 수 없었던 이유는 그래도 엄마가 데리고 있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제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엄마의 착각이었습니다. 아이는 가고 싶어 했으니까요.


어린이집에 언제 보내줄 거냐는 아이의 질문에 7살이라고 했다가, 6살로 내려왔다가, 5살에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어린이집 이곳저곳 다녔습니다. 아이는 가는 곳마다 좋다고 했습니다. 상냥한 선생님들이 맞이해 주고, 상담할 때 맛있는 걸 손에 쥐어주는 그곳이 아이에게 좋지 않을 리 없었습니다.


결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아이가 고자질할 수 있어야 하고, 교실에 큰 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아이는 엄마에게 종알종알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사방이 막혀 있는 방에 오전 내내 있을 아이가 걱정되어 큰 창을 바랬습니다. 마침내 그런 곳을 찾았습니다.


J 어린이집 원장님은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라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하시는 말씀에 그 자리에서 입학원서를 작성하고 가방과 체육복을 받아왔습니다. 큰아이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연년생 둘째도 곧이어 같은 가방을 메고 J 어린이집 원생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다녔고, 밥도 맛있다고 했습니다.


한 번은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글자를 왼손으로 쓴다고 전화가 왔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우리는 괜찮으니 그냥 잘한다는 칭찬만 해 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세 아이 모두 왼손으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어린이집에서는 잘한다 잘한다 칭찬을 받았지요. 지금은 왼손으로 쓰는 아이도 있고 아닌 아이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J 어린이집을 재미있는 곳이라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한 번도 울지 않고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엄마 생각은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이의 대답이 가끔 보고는 싶지만 친구들과 놀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갈 거라며 오히려 저를 위로했습니다. 자기 생각은 조금만 하라고 조언하는 아이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엄마는 일터에서 각자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아이와 저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생각은 조금만 하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