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어서 걱정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꿈이 꼭 있어야 하나요?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원래 꽃이 피기까지는 꽤 긴 시간과 햇빛과 물과 양분... 등 필요한 것이 정말 많거든요. 아직 그것들이 갖춰지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초등, 중등, 고등 학부모를 하면서 기억나는 여러 순간들 중 하나는 심리, 적성에 관한 검사 결과지를 받았을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했다며 무심하게 제 앞에 놓고 가는 결과지를 보며 어쩜 이렇게 솔직하게 답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세 아이는 각각 예술형, 탐구형, 관습형으로 보이는 그대로였습니다. 물론 예민하거나 소극적이거나 사회성이 낮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이 결과지 하나로 아이의 인생이 결정되는 건 아니었으니 있는 그대로만 보았습니다.
단지 그래프가 일정하지 않고 한쪽으로 굉장히 치우친 모양일 때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걸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지금 그때 치우친 모양 그대로 학과 성적을 받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건 푹 빠져 있고, 하기 싫은 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면합니다. 엄마의 걱정이 전혀 소용없었던 거죠. 제가 걱정했던 품삯은 어디로도 청구할 수 없는 저만의 몫이 되었습니다.
점수가 높았던 영역을 칭찬하고 그걸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부족한 영역을 어떻게든 채워주려고 했는데 그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예민한 아이를 둔하게 만들 수 없었고, 소극적인 아이를 적극적으로 만들려다 병날 뻔했습니다. 아이의 사회성이 걱정된다고 학교에 불려 가기까지 했지만 마음 맞는 친구를 소수 정예로 가까이 하며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효율성을 깨달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엄마는 스스로 다독입니다.
하루는 아이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해서 경찰박물관에 갔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물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경찰 중에 특히 비밀경찰이 하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경찰박물관에서 그와 관련한 임무도 알아보고 체험도 했습니다. 일정을 마치며 아이가 한다는 말이 자기는 비밀경찰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려면 비밀을 잘 지켜야 하는데 자기는 비밀이 생기면 웃음부터 나오니 안 되겠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아이의 희망 목록에서 비밀경찰을 지우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본인이 무얼 잘하는지, 또는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가는 것이 성장과정 아닐까요? 직종으로 아이의 미래를 한정하기보다 자신의 미래를 주관식으로 서술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인생이 객관식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기타 치는 수학자’를 꿈꾸는 아이, 꿈이 365개였다가 지금은 ‘0’ 개인 아이, 무얼 해도 가야금만 있으면 된다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꿈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당장 없어도 괜찮습니다. 없다면 찾으면 됩니다.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도 그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