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소리 깊소리

by 미칼라책방



제목은 참 멋지게 붙였지만 사실은 잔소리에 관한 글입니다. 저는 잔소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 마라... 글자만 봐도 으~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게 잔소리입니다. 마음은 넓고 깊은 소리를 하고 싶은데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말은 바로 잔소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것일까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도 아이들에게 문자를 쓰나 봅니다. 그것도 아주 길게 말입니다.


아이들이 교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명찰과 넥타이는 초등학교 때 없던 새로운 준비물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매일 빠트리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것으로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 아시잖아요? 중요성과는 별개로 “아, 맞다!”가 단골 대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교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명찰 또는 넥타이 때문에 전화할 때는 어금니를 깨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모의 유형에 따라 배달하는 엄마와 단호하게 거절하는 엄마가 있지요. 저는 애타는 마음으로 전화했을 아이에게 심하게 공감하는 유형이라 어금니 꽉 물고 배달해 주는 쪽이었습니다.


‘잘 좀 챙기지 그러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말한다고 제대로 들을 리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교문 앞에서 엄마보다 엄마 손에 쥐어진 걸 더 기다렸을 아이에게 그냥 건네주는 수밖에요. 돌아서는 아이의 뒤통수에 대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있다가 봐~.” 정도였습니다. 아이에게 건네지 못한 수많은 단어들이 내 속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습니다.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큰일을 도모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삶의 진리를 전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언제 어떻게 말을 해야 엄마의 진심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때에 정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말은 잘 전달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다시 말해 잔소리로 남은 말이 더 많았습니다. 엄마 말이 넓고 깊은 소리가 되어 아이에게 닿길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 소리에 감정을 담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엄마가 하는 잔소리를 뜯어보면 틀린 말은 없습니다. 옳은 말이지만 듣기에는 좋지 않은 신기한 말입니다.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넓게 이해하는 소리는 분명 듣기 좋을 겁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귀가 청명해지면서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세상 전부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르는 그런 소리를 낼 수는 없을까요? 잔소리 보다 넓소리와 깊소리를 하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방구석에서 한껏 구겨진 교복을 꺼내면서, 밥을 깨작거리다가 놓는 숟가락을 보며, 물건을 줄줄 흘리고 다니는 아이에게 넓고 깊게 말하는 방법을 아직 배우고 있습니다. 턱에 힘을 주며 어금니를 꽉 물었을 때는 잔소리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넓소리와 깊소리를 쓰고 있습니다. 글이 소리가 되는 날까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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