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칼라책방 Apr 15. 2023

지관이라는 사람 모르는데?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낯선 때가 있었습니다.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라고 답하면 서류정리하는 업무보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무슨 일을 하냐'라고 재차 물었으니까요. 물리치료사나 언어치료사는 이름에서 대강 감을 잡을 수 있는데 복지관이라는 장소와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은 이 분야에 있지 않으면 도통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은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사회복지정책이 대상자들에게 실현되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활을 위한 전문가들과 그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모든 단계에 사회복지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광범위하면서도 전문적이어야 합니다.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장애'와 관련이 있으면 누구나 대상자가 됩니다. 장애가 없어도 장애인복지관의 대상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원봉사자가 그렇습니다. 자원봉사는 다양한 이유와 경로를 통해 모집됩니다.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거나, 특별한 행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후원자도 장애와 상관없이 장애인복지관의 대상자가 됩니다. 기관에서 발행되는 소식지에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를 위한 별도의 지면을 할애할 만큼 소중한 대상자입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나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관련이 있는 사람, 관련자입니다. 저는 지역사회 모두가 관련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대의식이나 사회정의 같은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복지관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건 관련자가 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복지관입니다'라는 안내에 낯설지 않은 대답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어느 날 이용자에게 안내할 사항이 있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이용자 : 여보세요?

복지사 : 네~ 안녕하세요? 장애인복지관 *** 복지사입니다.

이용자 : 네? 누구요?

복지사 : 장애인. 복지관. 입니다.

이용자 : 복지관?

복지사 : 네. 복지관이요.

이용자 : 나는 지관이라는 사람 모르는데?

복지사 : 지관이요?

이용자 : 복 지관이라면서?

복지사 : 아~! 지관이가 아니라 장애인복지관이에요~!

이용자 : 아~! 복지관!!


드디어 의사소통이 되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서 이 얘기를 하며 웃었습니다. 지관이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영 어색했는데 자꾸만 말하다 보니 그렇게 알아들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관이가 되었든 복지관이 되었든 장애인복지관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사회연대이고, 사회정의가 아닐까요?  서로를 기억해 주는 것 말이에요.




'두 배로 사'라는 제목은 저의 딸아이가 의사, 변호사, 판사가 좋은 직업이라면 회복지는 '사'가 두 번이나 들어가므로 두 배는 더 좋은 직업이라고 하면서 사회복지사 엄마에게 지어준 이름입니다. 

이전 08화 비와 인터넷의 상관관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