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치유의 글을 쓰는 나 01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마음은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나아가고 싶지만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 큰 숨 한 번 쉬고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특히 나처럼 조급한 성미를 가진 사람에게는 명심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오늘 지인들과 밥을 먹고 헤어지면서 어서 집에 가고 싶었다. 안녕히 가라고 손을 흔들며 다른 손으로는 차문을 열 만큼 급했고 지름길을 찾아 서둘러 출발했다. 좁아지는 길로 들어서면서 유턴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붕~ 액셀을 밟았다. 결국 내가 당도한 곳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내비게이션도 켜지 않고 조급증을 냈을까.
기어를 P에 놓고 숨을 크게 뱉었다. 차에 지금 막 올라탄 것처럼 생각하고 차근차근 수순을 밟았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 “안내를 시작합니다.” 소리가 나오고 / 다시 출발했다. 물론 유턴부터 먼저 해야만 했다. 그런데 차를 돌리자마자 내 앞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 계신 게 아닌가. 아까 이 골목에 들어설 때는 분명 안 계셨던 분인데 하늘에서 뚝 떨어지셨나? 땅에서 쑥 솟으셨나? 아...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신령님이신가?
집에서 봐야 할 사무가 이리도 급할 것이 아닌데 내가 왜 이럴까 돌아보며 귀갓길을 채근했던 걸 반성했다. 경적을 울리면 할아버지가 놀라실까 싶어 그것도 못한 채 거북이걸음으로 좁은 골목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차곡차곡 쌓은 벽돌처럼 에움길이었다. 하고자 했던 일도 다 처리했고, 여유 있게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진즉에 수순을 밟았다면 좋았을 것을 괜스레 지름길로 가려다가 더 돌았던 날이다. 내 마음이 급한 걸 알고 신령님이 나타나 워~ 워~ 에움길로 안내한 것 같다.
* 에움길 : 굽은 길. 또는 에워서 돌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