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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과 동안 사이

위로와 치유의 글을 쓰는 나 02

by 미칼라책방

도로 위에 달린 전광판에 수원역까지 15분이 걸린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보니 고가도로를 올리자마자 4구간 모두 조금 막힌다는 뜻이었다. 차량 소통이 원활한 초록도 있기는 했지만 퇴근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빨강도 보였고, 노랑 구간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문득 저 구간들이 내 시간 같았다. 내 인생을 나눈 것 같았다. 한동안 뜸하다가도 속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았던 내 과거들 말이다. 때론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막상 고민을 하는 동안에는 다음에 어떤 구간이 이어질지 모른다. 원활한 초록일지, 조금 막히는 노랑일지, 답답한 빨강일지. 어서 얽힌 매듭이 풀어지기를 바라며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그래봤자 '동안'이다. 어느 한 때에서 다른 한 때까지 일뿐이다. 끝이 있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입술을 앙다물고 참을 때도 있었고,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지낸 적도 있었다. 물론 행복도 있었고, 보람도 중간중간에 끼여 있었다. 그런 동안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동안은 이어질 것이다.


동안과 동안 사이에 눈곱만큼 얇은 구분선이 너무나 반가웠다. 잠시 숨 돌릴 틈이 마련된 것 같아 안심되었다. 다음 동안이 괴로울지 기쁠지, 그것이 한동안일지 잠깐 동안일지 그동안일지 오랫동안일지 우리는 모른다. 그냥 좋은 동안이 계속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돈도 많았으면 좋겠고 시간도 여유롭기를 바란다.


내가 지금 노랑 구간에 있더라도, 설령 다음 구간이 계속 노랑일지라도 수원역을 지나면 또 다른 구간이 이어질 것이므로 운전하는 동안에는 내가 나임을 잊지 말자.



* 동안 : 어느 한 때에서 다른 한 때까지 시간의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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