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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Dec 02. 2020

LG DIOS 공동육아

우리 냉장고 언제 사?

"엄마~ 우리 냉장고 언제 사?"

아이가 서너 살 때쯤 갑자기 냉장고에 대해 물었다.

"왜?"

"상자."

"냉장고 상자? 그거 또 하고 싶어?"

"어! 또 하고 싶어!"

아이들이 어렸을 적 우리는 신축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았다. 입주하는 집들의 리모델링 공사로 집은 늘 시끄러웠다. 특히 해머드릴로 콘크리트 해체 작업할 때는 온 집이 다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1층 공동현관에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이 배달되었다.

하루는 그 상자를 가져와 아이들과 놀았다.




이불도 깔아 주고, 창문도 만들어 주고, 도배도 했다. 아들들은 좋아하는 기차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면서 자기네 집이 생겼다면서 정말 행복해했다. 결국 간식도 DIOS에서 먹었다.

친구들이 놀러 와 소리 지르면서 놀다 보면 집이 망가질 수도 있다. 처음엔 많이 슬퍼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집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집 잃은 슬픔은 많이 줄었다.

DIOS 집을 구해 달라는 아이의 요청에 그날부터 나는 11층 창문을 열고 누가누가 이사를 오나 둘러봤다. 마침내 1층 공동현관에 냉장고 설치기사님을 발견하고 나와 아이는 어쩌고~ 저쩌고~ 했다.

새로운 공간을 꾸미는 아이들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표정은 밝았다. 나 혼자서 아이들과 책 육아 한답시고 주야장천 책 읽어 줄 와는 또 다른 행복감이었다.

나는 냉장고 상자에게 정말 고마웠다. 냉장고를 구매하시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 커다란 박스 하나면 일주일은 놀잇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은 할 일이 생겨 행복했고, 나는 따뜻한 커피 마실 시간이 생겼다.

이렇게 나는 LG DIOS와 공동육아를 했다.


아이들의 놀잇감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멋지게 만들어진 장난감보다 내가 만들어가는 놀잇감의 재미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간혹 놀잇감을 손수 완성하고 너무 신이 나서 엄마에게 자랑하려고 뛰어오던 중 와르르 망가졌을 때... 아이의 표정은 세상이 무너졌을 때와 같다. 그럴 땐 함께 울어 줬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나는 소리로만. ^^;;

그랬던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이 되어 남자 냄새 폴폴 풍기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잘도 알아서 하겠다.'

나는 큰 소리로 대답한다. "알았어. 너를 믿어 주는 것이 엄마의 직업이니까."


누군가 냉장고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나에게 그 상자 줬으면 좋겠다. 내 집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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