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그의 아내 - 22
매일 아들의 도시락을 싸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고 투덜대는 나에게 친정 엄마는 우리 집 도시락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느그들 셋 키울 때 도시락이~ 도시락이~ 말도 못 했어!
"맞다! 우리는 급식 전이었잖아."
"그러니까! 내가 느그들 도시락 쌀 때 우리 집 반찬은 너네 도시락이 중심이었어. 도시락 싸고 남으면 좀 먹을 수 있지... 아니면 그냥 김치하고 먹는 거야."
"엄마~ 도시락을 몇 개나 싼 거야?"
"너 아침, 점심, 저녁, 간식 4개. 동생1 점심, 저녁, 간식 3개. 모두 7개네!"
"동생2는 안 쌌어?"
"동생2는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급식 시작해서 그나마 좀 나았지."
"그런데 동생1 은 아침이 왜 없어?"
"너는 아침을 안 먹고 가니까 도시락을 쌌고, 동생1은 아침은 꼭 먹고 갔었어."
"맞아. 나 아침 먹이려고 엄마가 엄청 애쓴 거 기억나."
"너 지금도 아침 잘 안 먹지?"
나는... 아침을 여전히 잘 안 먹는다. 지금 이 순간 엄마 말이 맞는다고, 아침은 여전히 챙겨 먹기 어렵다고 하면 주부로서의 자질 검증이 시작될 것이 자명했기에 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엄마~ 도시락 설거지 해 놓으면 어마어마했겠다."
"동산이지 도시락 동산."
"밤에 설거지 해서 새벽에 또 싸고,,, 우리 엄마 얼마나 힘들었을까?"
"힘든 줄 몰랐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
사실은 그때 엄마가 힘든 줄 정말 몰랐었다. 지금 아들 도시락 겨우 한 개 싸면서 그때 엄마의 노고를 되새기는 것이 부끄럽다. 게다가 그때는 우리가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독서실에 들렀다 오면 12시가 훌쩍 넘었다. 그 시간에 엄마는 부스스 일어나 설거지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야 아침에 도시락 가방을 들려 보낼 수 있었을 테니까.
"도시락 개수도 개수지만 반찬 고민도 많이 했겠어~ 엄마."
"너네는 소세지를 안 먹었어."
"맞아. 지금도 소세지는 싫어해."
"그래서 늘 김치 같은 거 싸는 거지 뭐."
"마른 반찬도 잘 먹지 않았어?"
"마른 반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네는 고기 볶은 거랑 김치. 그걸 제일 좋아했어."
"아... 그랬... 나?"
어렸을 적 반찬투정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건 우리가 잘 먹는 것만 해주셨기 때문이다. 삼 남매 입맛을 딱딱 맞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걸 말해 무엇하리. 국 하나를 먹더라도 나는 건더기만 좋아하고, 동생2는 국물을 더 좋아한다. 동생1은 국보다 찌개를 더 좋아한다.
라면을 끓여도 너는 면만 퍼 먹고, 동생2는 국물만 떠 먹고, 동생1은 다시 끓여 먹었다니까!
도시락 동산에서 시작한 대화는 내가 국물을 쪽쪽 짜서 건더기만 건져 먹는 습관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