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Back - 15
옆에서 시종일관 종알종알 대던 딸이 안 보인다. 잠시 후 땅. 땅. 땅. 망치질 소리가 들리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거실로 나와 봤더니... 못을 박고 있는 딸이 보였다.
"뭐해?"
"국기함 만들고 있어."
"혼자?"
"어. 쉬워."
딸의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나도 그랬다. 나무 마루에 못을 세우고 망치로 땅. 땅. 땅. 박으며 놀았다. 우리 아빠는 역시 '목수의 딸'이라며 그런 나를 보며 허허허 웃으셨다.
마당에서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긴 막대기와 짧은 나무토막으로 하는 자치기뿐이었다. 그것도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빠의 연장 통을 더 자주 가지고 놀았다. 아빠의 연장 통에는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먹줄을 튀겨서 선을 긋는 것, 아주 작은 대패, 크기별로 정리된 못, 칼보다는 크고 낫보다는 작은 다양한 칼날들... 그것들을 마루에 좍 펼쳐놓고 하나씩 쓰임새를 연구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갔다.
친정 부모님은 딸이 나를 닮았다고 하신다.
"너랑 똑같아."
"어딜 봐서 나를 닮았어? 제 아빠를 쏙 빼닮았구먼."
"생긴 건 아빤데, 하는 짓은 영락없이 너야."
"어떤 게?"
"쉴 새 없이 질문하는 거, 궁금한 게 너무 많은 거, 늘 꼼지락거리는 거"
생긴 건 아빤데 하는 짓은 영락없이 엄마인 딸.
하기는 네가 우리 딸인데 누굴 닮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