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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Jun 13. 2021

차 좀 잠깐 세워봐!

Go, Back - 16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뒷자리에서 시끌시끌 셋이 떠들다가 조용했다가 삼 남매는 그렇게 귀가하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세 명 중 한 명이 차를 세우라고 한다.


"엄마~! 차 좀 잠깐 세워 봐!"


경사진 잔디를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지 차를 세우라고 한 후 아이들은 트렁크에 썰매가 있느냐고 물어왔다.


"엄마! 썰매 있어?"

"아니. 그건 없는데~"

"그럼 엉덩이에 깔 만한 거 뭐 있어?"

"잠깐만...."

가을바람이 부는 잔디는 충분히 푹신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미끄러져 보기로 했다. 이럴 때는 장유유서도 참 잘 지킨다. 큰아이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와~~~~ ㅋㅋㅋㅋㅋ 야! 너도 해 봐!"

형아가 잘 미끄러지는지 확인한 둘째는 바로 미끄러진다. 위에서 아래로 짜릿하게 내려왔다. 


"우하하하 하하~ 야! 너도 해 봐!"


오빠들은 막내에게 힘차게 권유한다. 평소 같으면 어리다고 저리 가 있으라고 했을 텐데 이 날은 셋이 사이좋게 미끄러졌다.

이때 차 트렁크에는 아이들 놀 거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 넓은 공터를 만나면 캐치볼도 해야 하고, 갯벌을 지날 때면 호미도 있어야 하니까... 트렁크 바구니에는 캐치볼, 배드민턴, 호미와 장화, 축구공 등이 들어 있었다. 돗자리는 필수품이다. 어디든 깔고 앉아야 하니까. 그리고 지저분해진 옷을 담을 빈 봉투와 수건도 늘 구비되어 있었다.

썰매는 없었다. 차를 세운 순간은 조금 아쉬웠지만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니 썰매는 앞으로도 싣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 다녀오는 길이었을 텐데 그건 기억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놀았던 잔디만 기억난다. 사람의 뇌는 그런가 보다. 중요한 것보다 즐겁고 재미있었던 것을 더 깊이 새기나 보다. 아이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을 많이 새겨줬는지 돌아보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앞으로 재미있게 살자.'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좀 더 재미있게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지금부터 입꼬리 올리고 웃을 거리를 찾아보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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