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칼라책방 Jun 20. 2021

밀물을 만나러 갔는데 썰물을 만났을 때

Go, Back - 17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우리가 물 때를 너무 잘 맞췄나 보다. 물이 하나도 없다... 서해안을 여행하면서 물때를 알아보지 않은 나 스스로를 탓했다. 출렁거리는 파도를 예상했던 아이들도 잠시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상황 적응은 완료되었다. 여행의 묘미는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엄마. 우리 갈아입을 옷 있어?"

"어. 있어."

"그럼 우리 들어간다!"

"어. 그런데 너네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다시 못 입어. 아끼는 옷이라면 갈아입고 들어가."


엄마의 당부는 허공으로 흩어졌다. 아이들은 이미 갯벌로 뛰어간 후였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아들들이 노는 모습이 보였다. 정확하게 말해 보였다기보다는 남자아이 둘이 신나게 갯벌을 뒹구는 모습은 주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처음엔 간단한 도구들을 가지고 갔지만 다시 돌아와 필요 없다며 돗자리에 올려놓고 갯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맨손으로, 온몸으로 놀이를 만들었다. 밀물을 만나러 갔는데 밀물 대신 썰물을 만났다. 아이들은 우렁차고 시원한 웃음으로 썰물과 조우했다. 

그때 밀물을 예상했듯이 일주일을 미리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썰물을 만났을 때처럼 움찔하겠지만 우렁차고 시원하게 웃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월요일 아침을 맞을 것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어느 하나 좋지 않은 날이 없지만 월요일은 '시작'이라는 매력으로 넘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차 좀 잠깐 세워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