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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Jun 13. 2021

모모, 미하일 엔데

다락방 - 6

<4월 21일 두런두런 다락방>




정겨운 제목과 동화 같은 영화를 보고 시간의 굴레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어. 우리가 '바쁘다 바빠'라며 사는 이 세월이 '별거 있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또 동시에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라는 생각도 했어.


시간에 대한 책이었다. 그러니 시간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모두 지난 일이고 지금 이 순간 고개를 뒤로 돌려 바라보니 반드시 그날만 소중한 것 아니었다는 깨달음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 너무 힘 빼지 말고 진심으로 살면 된다.



회색 인간과의 동거는 '빠름'을 강조하게 된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코로나로 인해 '느림'이다. 

코로나로 인해 느려진 사회에서 빠름을 지향해야 하는 아이러니. 

모모의 시간은  '여유로움'으로 볼 것이냐,  '낭비'로 볼 것이냐의 확연한 입장 차이를 가지게 한다. 

마지막에 시간의 꽃을 들고 문을 여닫는 능력을 보며 베짱이도 그 자체가 제일 중요한 존재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간을 의미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논리로 바쁘게 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해서 나중을 위해 절약해 좋은 것이 최고?

바로 이런 점이 80년대 젊은이들이 이 책에 열광할 수 있었던 포인트가 아닐까. 

에크하르트 톨레가 '우리에겐 현재 밖에 없다'라고 하는 이유는 뭔가를 준비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회색 인간이 뿜어대는 담배 연기는 물질적 부가 허상일 뿐이라는 비유이며, 이는 현재 20~30대의 회의적인 사고방식을 대변하고 있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파이어 족'이나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회현상은 회색 인간의 변종일 수도 있다.



모모, 기기, 베포 모두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며 인간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찾고 있다. 

상대의 얘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되고 이는 성취감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미하일 엔데의 철학일 수도 있다. 그의 다른 책, 특히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보면 더 느낄 수 있다.   

톨레의 비유를 다시 하자면, ego는 단지 나라고 믿기 때문에 나로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신체는 살아남기 위해 존재를 확인할 수밖에 없고, 늘 상대적 존재로 '나'를 느낀다. 다시 말해 생각과 마음은 '나'가 아니라 '남'과 비교할 때 비로소 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남이 없으면 생각과 마음이 들지 않고, 그렇게 되면 나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모모는 지금의 심리상담사와 같은 역할이다.

서로의 개인사를 나누다 보면 아픈 사람 얘기를 들으면 아파지고, 기쁜 얘기를 들으면 함께 기쁘다. 들어주는 행위 자제가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일이며,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수순으로 본다면 노인이 외로운 이유는 힘과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나를 계속 내보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상대와 보폭을 맞출 수 없다. 나는 나대로 갈 뿐이다. 



그렇다면 모모의 결론은?

이타성을 대표하는 모모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관계도 이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옆사람과 보폭을 맞추며 순리대로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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