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Back - 19
이앙기. 모내기하는 기계.
나 어렸을 적 모내기 철에 논으로 물주전자 심부름을 가면 동네 어른들이 한 줄로 주욱 늘어서서 노래를 부르시며 단체로 허리를 굽혔다가 폈다가 했던 것이 기억난다. 내가 꼬마였을 때는 그렇게 품앗이로 모내기를 했었다. 농촌에 이앙기가 보급될 때 즈음하여 친정 아부지는 본격적으로 목수일을 시작하셨기에 이앙기는 내게 굉장히 낯선 기계였다.
결혼하고 시댁에서 모내기한다고 일손을 보태러 가서 이앙기를 처음 보았다. 신기하고 방기했다. 그래서 시아버님께 여쭤봤다.
"아버님, 저 옆에 타 봐도 돼요?"
그때 아버님 표정은 '어이없음' 이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태까지 아버님의 이앙기에 탄 사람은 오직 당신의 아들뿐이었다는... 그래서 아버님은 크게 당황하셨던 것이다. 철없는 며느리가 태워달라는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며느리는 이쪽에 타면 되냐고 재차 여쭈었다.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이셨고, 나는 이앙기에 올라타서 너무 재밌다고 정말 철없는 걸 증명했다.
큰아이가 꼬꼬마 때, 역시 모내기 철이었다. 마당에 있는 이앙기를 보고 할아버지에게 익숙한 질문을 했다. 마치 나처럼.
"할아버지, 타 봐도 돼요?"
그때 아버님 표정은 몇 년 전 내가 여쭤봤을 대와는 사뭇 달랐다. 대답도 훨씬 빠르게 하셨다. 얼른 타라고 하셨고, 아이는 두 손가락을 치켜들며 사진을 찍었다.
큰아이는 이앙기를 정말 좋아했다. 논을 가로지르며 자동으로 모를 심는 이앙기에 타고나서는 집에 와서 계속 졸라 댔다. 이앙기 한 대 사 달라고... 스케치북에 이앙기를 계속 그리며 이앙기 언제 사냐고 물었다. 이앙기에 대한 마음이 사그라들 때쯤이면 모내기 철이 돌아왔다. 꺼져가는 불씨가 살아나듯 이앙기에 대한 로망도 살아났다. 아이는 매년 그렇게 이앙기에 대한 소망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