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습관이 뭐더라?

07 - 습관

by 미칼라책방

'습관'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멍 때리며~ 생각하며~. 아들이 시야에 잡혔다.

"아들아. 엄마 습관이 뭐야?"

"없어."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에 남편에게 다시 물었다.

"여보, 내 습관이 뭐야?"

"습관?"

"어. 내 습관."

"왜?"

"이번 글쓰기 주제야."

"어떤 글쓰기?"

"..."

"어느 수준까지 쓰는 거야?"

"됐어. 그만해. 내가 알아서 할게."

"어떤 성격의 글인지 알아야 대답을 하지."

"그만하라고."

내 습관을 알았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자꾸만 묻고 말을 거는 습관이 있다. 할 말이 없어도 아이들을 부르거나 남편의 이름을 남발하며 부르고 또 부른다. 가족들에게 묻는 습관 때문에 이번엔 남편과 싸울 뻔했다. 이 습관을 없애버리고 싶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묻는 거 말고 다른 습관에 대해 생각하다가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결혼 전 나는 집순이였다. 그런데 남편을 만나며 밖에서 데이트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소개로 만났는데 만나는 날 한 번, 크리스마스이브 날 한 번, 이렇게 두 번 카페에서 만나고 나머지는 모두 밖에서 만났다. 등산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거나 걷거나... 활동적인 남편 덕분에 나는 바깥에서 노는 걸 배웠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이상 집순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내가 집순이였는지도 까먹을 만큼 돌아다녔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여기저기 참 많이도 다녔다. 지금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이 아니라 학원과 레슨과 병원과 뭐 그런 일정으로 꽉 차 있고, 나머지는 전부 집이다.

나는 점점 예전의 집순이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활동적인 남편은 주말이면 축구를 비롯한 각종 운동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홀로 외출을 한다. 어느 일요일, 남편이 골프장 사진을 보내왔고 경치가 참 좋다고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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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경치 좋네?

그치? 골프도 재밌어.

응. 그래.

같이 하자. 골프.

생각해 볼게.

생각 말고 당장 시작할까?

나 설거지해야 해. 조심히 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안다. 운동은 앞으로 내가 만들어야 할 습관이다. 아직 내가 즐길만한 종목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하고 싶다. 좋은 경치지만 저기서 공을 치고 싶진 않다. 그러니 골프는 탈락이다.


습관을 만드기 위해 필요한 가장 최소 단위는 100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피트니스센터에 3개월권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이렇게 구구절절 운동하는 습관에 대해 적고 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처럼 온라인으로라도 운동을 해야 할까 보다.


내가 버리고 싶은 습관은 시시 때때로 가족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고,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습관은 운동이다. 그렇다면 현재 잘하고 있는 건 무얼까? 이렇게 쓰고 있는 것. 이것이다.

『글, 책_겨울』 은 단조로운 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뭄에 단비처럼 찾아온 '함께 쓰기' 덕분에 나를 둘러싼 무의미들이 의미를 부여받기 시작했다. 지우개 빌려 달라는 아들의 목소리도 글감이 되고, 야밤에 츄러스 튀겨 달라는 요청도 글로 풀어내려고 캡처를 한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길바닥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아이가 뭐 하냐고 물었고 남편이 대신 대답했다.

"엄마, 뭐해? 거기 뭐 있어?"

"♥♥아. 엄마 글 쓰려고 해. 우리가 기다리자."

나의 습관을 위해 남편과 아이가 서서 기다렸다. 내 습관들이 나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