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동을 자꾸만 결심하는 이유

11 - 매일 운동

by 미칼라책방

누구나 그렇듯 나도 새해 목표 중 운동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운동복을 바구니에 담아 꺼내 놓고 걸리적거리게 해서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했다. 오늘은 꼭 나가리라 다짐을 하고 운동복을 입으려는 찰나!


언니! 나 5분 뒤에 출발해.


카톡이 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가 저녁을 사준다고 약속을 했었던 것 같다. 바짓가랑이에 집어넣었던 오른 다리를 뺐다. 운동복을 다시 고이 접어 놓고 외출복을 입으니 동생 부부가 도착했다.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히다. 저녁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오늘도 운동을 못했다는 기막힌 사연이다. 하하하. 내일은 아침부터 줌 수업이 있는데 운동이란 걸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이렇게 한다 한다 하면서 못하는 운동을 나는 왜 자꾸만 결심하는 걸까?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던 수많은 순간들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수영을 시작했을 때다. 친정 식구들은 모두 수영을 못한다. 특히 나와 동생은 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우리는 평생 수영할 일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구명조끼를 샀다. 그거 하나면 수영은 안 배워도 되니까.


우연히 가게 된 크루즈 여행 중 그 커다란 배에서 호사란 호사는 다 누렸는데 수영장만은 예외였다. 온통 외국인들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수영 못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풀에서 찰박찰박 물장난을 하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수영하는 동안 썬 배드에 누워 종일토록 책만 읽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수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고, 6개월 후 수영장에 등록했고, 강습 첫날... 나는 풀에 들어가질 못해서 강사가 나를 설득했다.



"회원님. 들어오셔야 강습을 시작합니다."

"밖에서 하면 안 될까요?"

"수영 배우러 오신 거잖아요."

"네. 그런데 너무 무서워요."

"그럼 이리 와서 발만 넣어 보세요."

"발만 넣어도 돼요?"

"안 들어오신다면서요..."



못 들어가는 거였다. 강사는 나를 이해해 주는 걸까? 풀에 안 들어가는데 나는 여길 왜 온 걸까?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지금 무엇? ... ...?


강습 6개월 차에 강사가 나에게 이제야 조금 늘었다면서 "회원님, 안 그만두고 나와줘서 고마워요."라고 했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데 오히려 감사 인사를 들으니 몸 둘 바를 몰랐다. 그 뒤로도 에피소드는 수두룩했다. 나를 물 안으로 유인하면서 강사가 나에게.



"회원님. 들어오세요! 나 못 믿어요?"

"네. 못 믿겠어요...."

"진짜! 손 안 놓을게요. 어서요!"

"꽉 잡아야 해요!! 아아악!!!"



나는 진상 중에 진상이었다. 같이 시작한 회원들은 벌써 중급반으로 갔는데 나는 여전히 초급반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만족했다. 내 발로 물에 들어가 자유형으로 안 쉬고 한 바퀴 돌 수 있는 걸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나 수영할 줄 아는 여자야!


그 뒤로 걷기도 했고, 달리기도 했다. 스스로 코스도 정하고 시간도 단축하며 세상을 얻는 경험을 반복했다. 내가 자꾸만 운동을 결심하는 이유는 그 기분이 뭔지 알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은 동생과 저녁을 먹느라고 오른 다리만 운동복을 입다가 말았지만 수일 내로 나는 세상을 얻기 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