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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Jul 21. 2022

좀머씨 이야기

다락방 - 14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세요!

분당 서현고 학생의 안타까운 소식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좀머 씨가 스스로 생을 중단했던 그 선택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생'에 대한 고민은 살아 있는 동안 놓을 수 없는 것이니까.


언제나 나는 무언가 해야 하는 강요, 항상 압박감과 조바심이 있다는 글귀가 제일 생각나더라. 해방을 꿈꾸는 시간이라는 문장도 생각났어.

좀머 씨가 스스로 해방을 위해 걸었다는 것에 우리는 의견을 달리하지 않았다. 숨 함 번 크게 내쉬지 못했던 답답함으로 그 긴 시간과 사투를 벌였다는 걸 상상만 해도... 그 상상이 내 가슴을 죄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필경사 바틀비가 생각났어.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그 모습이 정말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알 수 없는 심경이잖아.

바틀비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좀머 씨와 바틀비가 그렇구나... 현실을 적당히 받아넘기며 대강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딘가에 좀머 씨와 바틀비가 있을 것 같다.



은둔생활하는 작가라 그런가... 『콘트라베이스』나 『향수』도 비슷한 분위기야.

향수는 내가 너무나 좋아해서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힌 부분을 읽으며 향수에 더 빠져들게 되었다.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가가 아닐까.


지금 생각해 보면 피아노 선생님 때문에 자살하려고 나무 위에 올라간 모습이 너무 웃겼어. 물론 소년은 당시에 너무나 심각했지만.

그 심각함을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나타난 좀머 씨. 좀머 씨의 등장으로 소년의 고민은 일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마치 먼지처럼 사라졌다. 인생이란 그런 건가... 또는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하나... 대화를 이어가던 중 한 회원님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보여주셨다. 

책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손을 거쳐간 사람들의 낙서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유난히 힘들었던 걸까? 힘든 사람들이 이 책을 찾아 읽었던 걸까? 


"좀머 씨가 이런 마음으로 호수를 향해 열정적으로 걸어 들어갔을까?"라는 얘기를 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카페 창밖 풍경에... 순간 우리는 소름 끼치도록 놀라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호수가 보였다.

저 수풀을 헤치고 저벅저벅 걸어들어가는 좀머씨가 보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토론을 멈추고 호수가 더 잘 보이는 테라스로 나갔다. 비가 오기 직전의 회색빛 하늘이 우리의 토론에 동참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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