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CJ제일제당 : 'CJ플랜테이블' 비건보다 맛있는 비건]
2008년, 영국 이스트본으로 해외 연수를 갔던 때,
홈스테이 아주머니는 '베지테리언'이었다.
와이프와 둘 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함께 가서,
우리 부부만 받는 조건으로 맺은 홈스테이였던지라,
아주머니와 식사도 고스란히 공유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실제로 처음 만나본,
그리고 처음 같이 식생활을 공유했던 베지테리언.
우리를 위해서 당신은 드시지도 않는
고기 스테이크를 따로 요리해주시곤 했어서,
미안한 마음에, 번거롭지 않으시게 그 분이 드시는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를 같이 내주셔도 좋다 했다.
음식을 내놓고는 우리 반응을 살피는
아주머님의 호기심 섞인 표정도 재미있었고,
그 분의 취향을 함께 나눠서도 흐뭇했고,
나는 음식 맛도 나름 괜찮았다.
끝맛에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고기와 거의 똑같았다.
그렇게 종종 간헐적 베지테리언 생활을 즐겼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후
주변에서도 베지테리언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던 부사수도 "남의 살을 먹는 느낌이 싫어요!"
그래서 그 친구와 함께 먹는 식당, 메뉴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아주머님 덕분에 익숙했고, 강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비건'이라는 단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건과 베지테리언이 좀 다르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그 안에서도 먹는 음식과 신념의 초점에 따라서,
폭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실감하지는 못한다.
내게는 여전히 그들의 취향이니 존중할 뿐...
하지만, 내가 속으로 존중한다 하더라도
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히 설명하기도 힘들 것이고,
어떤 자리에서는 눈치가 보일 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거북한 간섭에 간혹 괴롭기도 할 것이고,
어디서는 취향껏 메뉴 고르기 힘들 때도 많을 것이고,
골라도 질 좋은 음식을 먹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고...
이들을 위한 식품업계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되고,
마트에서 보이고, 경쟁이 붙기 시작한다는 건 의미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CJ제일제당 CJ플랜테이블- 비건보다 맛있는 비건]편
광고주 : CJ제일제당
만든 이 : HSAD / 허수진 CD/ 이수연 외 AE/ 이동언 감독
CJ플랜테이블은
22년 '고기 없이도 맛있다'는 런칭 광고를 내놓았다.
비건 타깃을 위한 비건식 임을 명확하게 해주었다.
처음 하는 자기소개 역할의 광고를 잘 했다.
그 다음에 건네는 말걸기.
비건 타깃들이 갖고 있는 여러 불편사항 중
광고로 해결 가능한 우선 과제가 무엇일까?
'비건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기로 한 듯 하다.
이를 설득하는 정석적인 접근으로 영상을 구성한다.
"비건식은 맛이 심심하다고?" 편견 문제를 제기하고,
"그건 니 생각이고!" 반전으로 분위기를 꺾어버린 후,
"플랜테이블"이 그 솔루션입니다!! 라고 말하는 구조.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너무나 정석적이다.
비건식은 맛이 심심할 듯. 금방 질리지 않을까?
그건 니 생각이고!
Plantable. 먹어봤어요?
비건보다 맛있는 비건. Plantable.
맛있는 Better for you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던진 한가운데 직구.
비건식의 편견을 깨며 타 제품과는 맛의 차별화을 꾀하고,
편견때문에 시도하지 못하던 타겟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비건 아니어도 고기 없는 건강식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먹어봤어요?" "비건보다 맛있는 비건" 등
한번 시험삼아 드셔볼만 하죠? 라는 시험구매(Trial)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초반 광고전략을 충실하게 밟아가고 있다.
비건 시장 선점을 위해서
"비건(일반 제품군)보다 맛있는 비건(딱 한 브랜드)"로
이 카테고리 선두주자임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식품 광고는 시즐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시즐(Sizzle)은 식품을 실감나게 해주는 감각 표현들인데,
음식 재료의 질감, 신선도, 씹는 소리, 색감, 식감,
그리고 먹는 사람의 감탄 등 맛있게 느낄만한 감각을
자극하게 만드는 제작자들의 아주 디테일한 작업이다.
그런데, '비건' 단어만 제외한다면,
시즐이 다른 식품광고들과는 큰 차이가 없어서,
비건식 시장이 성숙할수록, 비건식을 표현하는
개성이 좀 더 특색있게 나올 거 같기는 하다.
더불어, 살짝 궁금하기는 하다.
비건식 타깃들은 이 광고를 어떻게 볼까?
비건식이 맛 때문에 너무 불편했는데 잘 됐다?
아니면, 비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편견이 들어있다?
왜냐하면, 사실, 고기 안 들어간 것 중에서
맛있는 만두, 떡갈비, 주먹밥, 스테이크를 먹지,
비건 만두, 비건 떡갈비를 먹는 건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다.
'비건식은 맛이 없다'는 관점이나 용어도
비건을 비주류로 보는 사람들의 관점이지 않을까?
내게 사전적 단어였던 '베지테리언'을
몸소 알게 해준 홈스테이 아주머님도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비건'이 되었을텐데...
아니, 어쩌면 거기는 이미
'비건'이라는 구분짓는 단어조차 없어져있을지도...
암튼,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지요? 부디...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