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빔산토리 : '짐빔 하이볼' 간편하게 즐길 짐빔 됐어?] 편
어느 날부터인가
'MZ세대'란 말이 마케팅 트렌드 리포트를 점령했다.
사람을 세대로 구분하는 게 얼마나 단순한가 싶어도,
타 세대와 다른, 그 세대만의 공통된 경험을 겪다 보면
어떤 특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부분도 인정할 수밖에.
그런데 중요한 건,
MZ세대는 그전에도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MZ세대라는 별명으로 묶여 버렸을 뿐.
2차 성징이나 사춘기처럼 어느 세대가 갑자기
어느 나이대가 되면 확 나타나는 건 아니니까.
하이볼도 그렇다.
하이볼도 그전에 우리 곁에 있었다.
기껏 소주, 맥주, 막걸리만 떠올리더라도
어느 일식 주점 한 켠에서 '하이볼' 경험이 있었다.
다만, 이번에 바뀐 것이 하나 있다.
캔으로 출시되어 쉽게 사서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예전에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이 다시 보인다.
다시 보일 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유리하다.
MZ세대도, 하이볼도 뭔가 다르게 보인다고,
낯설게 하거나 경계심을 갖게 만들면, 손해다.
다르게 보게 만들자.
대신 더 가깝게 느끼게 만들자.
예전부터 있던 모든 브랜드, 관계들이 원하지만,
사실, 이게 상당히 어렵다.
광고주 : 빔산토리 코리아/
만든 이 : 파괴연구소/김진홍 외 AE/오월 감독/모델:엄정화,김채원
이 광고는 주류 광고, 즉 술 광고다.
음료나 술 광고에 꼭 나오는 것들이 있다.
어떤 술자리인지 알려주는 분위기,
술 마시는, 시원하든 캬~하든 마시는 샷,
그리고 어떤 술인지 알려주는 제품 설명 등.
이 광고에는 그런 것이 싸악 빠졌다.
대신 그 자리를 타깃전략과 모델전략으로 채웠다.
이게 새롭고 또 효과적이다.
술 좀 알만한 사람들로만 좁혔나 보다.
제품 설명 대신 트렌디함과 라이프 스타일을 담았다.
하이볼, 특히 캔을 어떤 사람이,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는 것인지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어준다'
영상의 배경, 색감을 통해 분위기를 깔아주고,
군말할 필요 없이 댄스를 보여준다.
이게 유저 이미지(User Image)가 될 것이다.
제일 재미있는 것이 모델 전략이다.
(미안하지만) 엄정화가 구세대를,
김채원이 신세대를 상징한다.
두 타깃을 잡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엄정화는 ‘제대로 즐길 하이볼’을,
김채원은 ‘간편하게 즐길 하이볼’을 강조한다.
서로 댄스를 나누며 추천을 주고받고...
수위조절이 영리하다. 모두 어색하지 않다.
엄정화: 채원아 너 하이볼 좋아해?
김채원: 그럼요 저도 으른이에요.
엄정화: 그래서 내가 준비했지.
하이볼 제대로 즐길 짐빔 됐어? 짐빔 하이볼.
김채원: 제가 요즘 핫한 하이볼 준비했어요
이젠 따기만 하면 하면 하이볼 완성.
하이볼 간편하게 즐길 짐빔 됐어?
즐길 짐빔 완료. 짐빔 하이볼.
두 세대가 자기 세대에 맞는 하이볼 이야기로,
또 두 모델 특징에 맞게 댄스로 연결되니까,
자연스러워 보이고, 더 가깝게 느껴진다.
'MZ세대가 즐기는 하이볼'이라고 했으면,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 얼마나 거리감 느낄까...
예전 광고의 클리쉐를 빼고,
하이볼, MZ를 더 가깝게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마도 처음 TV 광고를 하는 것일 텐데,
이건 자신감이다.
술 좀 알고, MZ 좀 알고, X세대 좀 알고,
알만한 사람들에게 더 가깝게 가겠다는 자신감.
하이볼은 취하려고 마시는 술이 아니다.
하이볼은 트렌드와 분위기로 마시는 것이다.
얼핏설핏 그 분위기는 아는데,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예전 부어라 마셔라 하던 버릇이 나올까 봐...
그게 문제다.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