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BMW코리아 : FREUDE FOREVER] 편
얼마전, 은퇴하신 아버지가 운전면허를 반납하셨다.
운전면허를 반납한다고? 낯설 수도 있을 것 같다.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라는 게 있다.
최근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늘고 있는 반면,
운전을 안전히 할 신체적 기능이 떨어지는 관계로
그분들과 얽힌 사고, 사망자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할 경우,
교통카드,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안 그래도 운전에 부담감을 많이 느끼셨던 아버지는
아무 미련없이, 오히려 후련하게 면허를 반납하셨다.
아들 입장에서도 아버지가 좀 불편하시더라도
안전하게 지내시는 게 좋을 듯 하여 잘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접촉사고가 많아서 자진 장롱면허가 된
어머니 면허증까지 반납을 권했고, 그렇게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면허 반납은
안전을 고려한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아버지도 많이 늙으셨구나...정도는 느꼈지만,
이 일에 별다른 감정이 끼여들지는 않았다.
이 광고를 보기 전까지는...
한 부자가 운전 면허를 반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 외국도 이 제도가 있네... 아는 척 하려는 찰라,
"아버지, 운전해보실래요?"부터 감정에 격랑이 인다.
아버지의 마지막 운전이 아들의 첫 운전과 겹쳐지고,
흑백 회상신과 컬러 현재 장면을 넘나들며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 한 자락을 보여준다.
특히, 회상신에서 아들을 바라보는 장면마다
차에 탄 상태에서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카메라웍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차에도 인성이 부여되어
아버지와 차가 함께 아들을 바라보는 듯 느껴진다.
두 모델의 연기연출도 독보적이어서
아버지의 마지막 웃음에 여운이 깊게 남는다.
면허증 반납할 때 풍선껌이나 씹던 공무원 표정이나
"그저 플라스틱 조각"이라는 아들의 말이 "T"라면,
그 이후 모든 장면은 모두를 "F"로 만들고 있다.
이야.... 이건 그야말로
한 노장의 운전 은퇴, 그의 반려차(?)와의 우정,
그 둘이 함께 업어키운(?) 아들의 성장기가
모두 담긴 가족 감동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광고 기법상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혹은
"드라마화(Dramatize)"를 쓴 영상이 많이 늘었지만,
성패는 둘째치고, 이런 독창성과 완성도는 드물다.
운전면허 반납이라는 설정도 처음이고,
아버지와 반려차의 추억과 우정을 담은 스토리,
또 절묘한 회상신으로 아들과의 정까지 담은 연출,
그걸 가능케한 차 내부를 걸고 찍은 카메라워크까지...
솔직히 이 제작진의 재능이 샘나고 탐난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운전자를 주인공으로
'사용자 이미지 차별화' 전략을 많이 쓴다.
사용자인 운전자가 제품인 자동차를 어떻게 타는지...
하지만, 이제 운전을 안 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을 리 없지 않을까.
물론 이 아버지는 분명 가족을 잘 챙기고,
운전에 자부심이 있고, 차에 애정도 깊다는 게 보인다.
하지만, BMW는 차를 그 이상으로 바라본다.
자동차를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마치 한 명의 가족, 혹은 반려견처럼 바라본다.
아버지의 인생을 함께 한 반려차로 여겨
자동차까지 가족으로 품은 가족 감동드라마.
아버지는 면허를 반납해서 더 이상 운전 안 하시지만,
한 명의 가족처럼 BMW는 여전히 함께 할 것이다.
브랜드와 소비자까지 이미지를 차별화시켜버리고,
결국 브랜드 로열티(Loyalty, 충성도)를 높인다.
영상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자동차휠을 통해
만들어내는 마지막 BMW로고도 수위가 적절하고
새로운 그림으로 임팩트 있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광고를 보고
아... 왜 아버지의 마지막 운전을 기념하지 않았나...
아버지 차를 팔 때라도 마지막을 추억하게 해드릴걸...
광고 속 부자와 똑같은 경험을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아버지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살짝 후회도...
그러면서 요즘 자동차가 낡으면 어떻게 팔까?
어떤 새 차, 새 기능을 타면 좋을까?만 생각했지,
자동차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인다는 것은
근래 고민해본 적이 없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중고차 판매, 새 차 광고만 수두룩해서일 수도...
지금도 오래된 차를 꾸준히 관리하고 타면서
자기 차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많은데,
브랜드가 먼저 충성도를 버리고 있는 건 아닐지...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