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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May 24. 2024

이런 클리셰 활용법이 있나...

06 [애플 : '비전 프로' Get Ready] 편

클리셰(cliché)라는 것이 있다. 

사전적으로 인쇄 연판을 뜻하는 프랑스어라고 한다. 

똑같이 찍어내는 인쇄처럼, 지겹고 예측 가능한 

뻔한 설정, 표현, 상황, 또는 상태를 말한다. 


한 장면이 클리셰가 되려면,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그 경험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뻔하게 느껴지니까..


그냥 쉽게 생각해 봐도 

영화나 드라마의 '출생의 비밀', '불치병', 

저 둘은 나중에 사귀겠네... 저 사람 바람피운다...

저 장면 나오면 그다음에 분명 뭐가 나온다 등.

예측이 맞으면 클리셰, 틀리면 반전이 되기도 한다. 


광고인들도 이 클리셰를 많이 이용한다. 

"법칙을 깨뜨리려면 우선 법칙을 알아야 한다"는 

당연한 원리의 확장판이랄까... 

클리셰를 깨야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기 때문. 

짧은 초수 안에 강한 임팩트를 주려면 

뻔한 전개 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주면서 

브랜드를 등장시키는 방식을 많이 쓰곤 한다. 


그래서 이 클리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단순한 장면뿐 아니라 설정, 영상 구조 등 

더 깊은 수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건 결국 

사람들의 반복된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와

일맥상통한다. 그걸 새삼 깨닫게 되는 광고였다. 


06 [애플 : '비전 프로' Get Ready] 편


간결하고 명징한 메시지 속에 

이런 클리셰 활용법이 숨겨두다니... 


메시지는 간결하고 명징하다. 

‘비전’, ‘출시’, 핵심적인 두 단어에만 초점을 집중했고, 

"Get Ready"로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출시 전 티저(Teaser)여서 제품 설명이 거의 없지만,  

티저 목적에 맞게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고, 

또 누가,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도 명확하다. 

 

이 기대감을 어떻게 주는지가 인상적이다. 

유명 영화, 드라마 등에서 안대, 안경, 마스크를 쓰며 

무언가를 보려고 준비하는 행동을 모아서 보여준다. 

우리가 보아왔던 각종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저렇게 준비한 후, 대단한 것을 보거나 행했다.

그래서 그 행동만 보아서 보여줬는데도 

우리는 그다음에 뭘 보게 될지가 궁금해진다. 


이 장면 보면 기대되지? 기대되지? 

이렇게 빌드업을 충분히 한 끝에, 

딱 한 장면으로 제품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제품의 등장감이 대단해 보인다. 

게다가 비전프로가 '보는 방식'을 달리 하는 것이라 

이 빌드업 장면이 연상되어 인상적이다. 


이야... 이 행동 장면들로 기대감을 만들 수 있다니...

사람들이 수없이 반복한 이 경험을 잡아내다니...

이 방식을 잡아낸 것은 정말 절묘하다.


이렇게 보니 이건 클리셰였다. 

다만, 클리셰를 따라 하거나 반전을 주지 않는다. 

뻔한 클리셰인데, 그 클리셰가 주는 감정을 

아주 잘 잡아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지켜낸 애플 광고의 자존심, 

인정! 


사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기존에 없던 제품이다.

새로운 카테고리, 새로운 제품이 

새롭게 처음 내놓는 광고는 기준이 없다.

브랜드가 갖는 부담감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의 기대 수준도 모르니까 어렵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제 역할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건 정말 칭찬받을 일이다.  


이 제품의 혁신성만으로 광고의 반 이상을 했는데, 

기대감을 주는 좋은 광고로 화룡점정을 찍은 느낌.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론칭하면서 

수없이 반복된 경험을 지렛대로 삼았다. 

아주 미세한 클리셰를 잘 잡았고, 

그 클리셰가 주는 감정을 정말 영리하게 활용했다.


작더라도 특징적인 포인트 하나만 붙잡고 

그 하나에만 집중해서 사람들 머릿속에 

인상적으로 꽂아 넣는 식의 애플 광고. 

그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는 것 같다. 

티저 광고까지 이런 식으로... 그럼 인정!!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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