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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May 29. 2024

나와 겪었던 경험, 그게 무기다!

08 [농심 신라면 : 새해에도 맛있는 인생 되길] 편

10여 년 전,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때려치우고 

한 달여 준비만에 유럽 연수를 약 9개월 다녀왔었다. 

와이프까지 퇴사시키고 아무 수입 없이 떠났던 터라,

"무슨 배짱이었던 거야?"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경험도 해봤다!' 하는 훈장 같은 기억이다. 


그때 유럽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스위스. 

어딜 둘러봐도 동화 같은, 삽화 같은 곳. 

백두산의 높이가 동네 뒷산 같고, 

남대문의 역사가 신식 건물 같은 곳.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부러움이 절로 나오는 곳. 


그런 스위스에서 나도 모르게 국뽕이 차올랐던 경험. 

The Top Of Europe이라는 융프라우요흐에서였다. 


거의 백두산 높이를 기차를 타고 오르고, 

정상까지 편하게 엘리베이터 타고 오른 기억 끝에는 

"The Top of Europe, 삼성" 광고가 있다. 


유럽의 Top이라는 가장 높은 곳에서 

유럽의 TOP을 표방하는 우리나라 기업. 

삼성을 좋아하든 아니든, 그런 곳에서 

우리 기업을 만나는 경험은 또 다른 감정을 준다. 


그 국뽕에 감탄하던 찰나, 정상의 라운지에서 

모두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정확히 신라면. 

평소 먹던 신라면이라 할지라도, 그런 곳에서

우리 라면을 먹는 경험도 또 다른 감정을 준다. 

더 새롭고 더 설레였고,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을

더 쳐다보며 뿌듯하고 신기했던 것도 같다.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면, 

브랜드는 특별한 브랜드가 된다.

모든 브랜드가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한번 만들어보려고 

돈 들이고 공 들이고 시간 들여가며 노력하는데, 

이렇게 강한 경험이 꾸준히 쌓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08 [농심 신라면 : 맛있는 인생 되길] 편

만든 이 : HS애드 / 송하철 CD/ 박형태 외 AE/
              봉진 감독 

물성이 아닌 감성을 얻기 위해

고객 경험을 무기로 내세웠다.


이것은 그냥 매운 라면이 아니다. 
소소한 행복, 친구, 잊지 못 할 그 때다. 
이것은 왁자지껄, 일탈이자 단결. 
어른의 관문이자 자부심이다. 

이것은 인생을 맛있게 메워주는 라면이다. 
새해에도 맛있는 인생 되길. 농심 신라면.

그동안의 신라면은 매운 라면이었다. 

사나이 울리는 라면이었다. 


이제 '그냥 매운 라면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을 맛있게 메워주는 라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생을 울리는 라면'이 되었다. 


'맵다'는 물질적 속성이고, '인생'은 감성적 속성이다. 

그동안의 물질적 속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그 이상의 감성적 속성으로 스스로 업그레이드 한다. 

즉, 물성적 속성 vs 감성적 속성을 대립시켜, 

감성적 브랜드로 한 단계 더 진입하려고 시도한다. 


그 지렛대로 무엇을 활용할 수 있을까? 

신라면은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무기로 썼다. 

우리나라 대표 라면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동안 고객들이 겪었던 경험을 다시 깨닫게 한다. 


학생때 학교에서, 가게에서, 파자마 파티에서, 

융프라우요흐나 스키장을 연상시키는 눈밭에서, 

바다낚시 후 배 위에서, 언제나 배고픈 군대에서...

라면이 제일 맛있었던 때가 기억나지 않는가?

어릴 때 처음 '도전!'하던 매운 맛도 이거였지, 

해외 광고판을 가득 채우는 브랜드였지, 

외국인들에게도 먹여보고 잘 먹는지 궁금해했지...


개인적 추억에서부터 집단적 기억, 

더 나아가 대한민국 라면의 대표성까지 

마치 '이것이 증거다!' 싶게 경험을 제시한다. 

신라면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소소한 행복, 친구, 잊지 못 할 그 때, 

왁자지껄, 일탈, 단결, 어른의 관문, 자부심 등 

나름 이해되는 쉬운 이름을 붙여준다.  


브랜드를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효과적인 전략. 


우리나라 대표 라면을 자부하는 브랜드답게 

그동안 고객이 브랜드와 겪은 경험을 

고스란히 추억과 기억으로 다시 깨닫게 만든다. 

새해 인사도 건네고, 응원도 건넨다. 


폭넓게 팔리는 대중적 브랜드들이 잊힐만하면 

한번씩 브랜드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잊지 않고 다시 또 한번 구매하게 만든다. 

브랜드 리콜(Re-Call), 리마인드(Remind), 

회상, 재인 등으로 불리우는 전략. 

이건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 대부분 효과적이다. 

이 전략을 택할 수 있는, 대표 브랜드들에게는. 


브랜드마케터라면 한번 생각해 보자. 

내 브랜드에 대한 고객 경험은

언제, 어떤 상황, 어떤 감정으로 남아있는가?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강렬하게 있는가? 

아마 십중팔구 신라면이 부러울 것이다. 


그냥 개인적으로도 한번 생각해보자. 

내 연인이, 내 친구가 나를 떠오르게 만들 

나와의 경험이, 추억이, 기억이 얼마나 있는가?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강렬하게, 

그리고 지금 그 감정이 얼마나 남아있는가? 

기념일마다 과거 그 때를 떠오르게 만드는 것은 

나라는 브랜드를 다시 상기시키는 좋은 전략이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잊히지 않도록.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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