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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딧 Mar 31. 2020

그래딧 인터뷰 #6

플라스틱 프리 비건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오픈플랜' 이옥선 디자이너


국내 친환경 지속가능 패션을 콜렉션으로 제대로 전개하는 브랜드는 아직 많지 않은데, 오픈플랜(OPENplan)은 그 몇 안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해외 포럼에도 많이 초대되어 국위 선양을 하고 계세요. 국내 굴지의 패션 기업 디자이너 자리를 내려놓고, 스스로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늘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려 애쓰고 있는 이옥선 디자이너님을 만났습니다


이옥선 디자이너 ㅣ 오픈플랜 ㅣ경기도


요즘 국내외 활약이 대단하세요~ 독자들을 위해 OPENplan 브랜드 철학과 최근의 활동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오픈플랜(OPENplan)은 플라스틱 프리 비건 여성복 컬렉션을 디자인합니다. 화학물질 등 필요 이상의 자원 사용을 줄이고, 생산 공정간 이동거리와 횟수 등을 줄여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파트너와 공정하게 거래하며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지탱해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2017년 브랜드 론칭과 함께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속가능 패션을 소개하는 다양한 패션쇼와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Helsinki Fashion Week(헬싱키 패션 위크) IMPACT(Who's Next Paris의 지속가능한 패션 전문관) 등이 있어요. 지난해 서울 패션위크 기간 중에는 Sustainable Fashion Summit Seoul에도 연사로 참가해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었죠 


지속가능한 패션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브랜드 OPENplan



해외 행사를 다니시면서 느끼는 서구권의 지속가능 패션 이해도와 한국의 그것을 비교해 본다면 차이가 있을까요?

해외에는 오래전부터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선구적 브랜드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해외에서도 오픈플랜처럼 젊은 세대를 위한 패션을 선보이는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의 등장은 최근에서의 일 같습니다. 이제는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지속가능 패션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그만큼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는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다만,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숙제라는 점은 해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열린 WHO'S NEXT 포럼에 참석중인 이옥선 디자이너 (왼쪽 2번째)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있을텐데, 친환경 패션인 OPENplan을 론칭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느날 <플라스틱 차이나, 왕구량 (2016)>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요.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지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분리수거하여 배출하면 당연히 재활용되어 자원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플라스틱이 이웃 나라로 수출되어 그곳 사람들과 자연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더 괴로운 것은 그동안 우리가 열심히 만든 옷들도 결국 '예쁜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점입니다.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일에서 반환경적인 요소를 줄이지 않고서는 더이상 이 일을 지속하기 어렵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찾기 시작하다가 오픈플랜을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오픈플랜 블로그에 올리신 글들을 읽으며,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친환경 범주내에서 특히 애정하는 소재가 있으신지 궁금하구요. 천연염색 등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생산 공정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플라스틱 프리 비건 컬렉션을 디자인하면서 사용하는 소재는 천연섬유입니다. 리넨, 오가닉 코튼과 라이오셀 소재를 주로 사용합니다.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태니컬 다잉을 하거나, 염색을 전혀 하지 않는 생지 상태의 자재를 사용하여 디자인하려고 노력합니다. 천연염색이 동물성 원료의 사용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면, 보태니컬 다잉은 식물성 원료만을 고집하는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라이오셀의 사용도 줄이고 있는 중입니다. 생장속도가 빠른 면, 리넨에 비해 라이오셀은 오래된 나무를 베어 만들어야 하는 점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픈플랜 '20SS 콜렉션


지속해서 더 높은 단계의 친환경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만약 디자이너가 안되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계셨을까요? 

피아니스트, 선생님, 과학자... 아마도 질문을 받는 그때그때 가장 관심있는 분야의 모든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패션잡지 덕분에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싶다는 실질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지금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댄서가 되고 싶습니다. 몸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인 예술인 것 같아요. 친환경적이고요 :)

오픈플랜 '20SS 콜렉션


댄서! 정말 새로운 영역인데요 :-) 개인적으로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고, 혹시 소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가방 속에 장바구니 두 개, 재활용 할 비닐봉투 서너 개, 텀블러 하나를 가지고 다닙니다. 지난해 부터는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생리대와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개인적으로 쓰레기의 양을 엄청 줄인데 대해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비건인 남편과 함께 살고 친구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게 채식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혹합니다. 같이 하자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비건 이야기하는 것이 좀 두려웠는데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주십니다. 지난 설에는 비건 음식만으로 차례상을 올리며 가족들과 함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소비자이기 이전에 시민입니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식있는 시민으로 가치있는 브랜드와 미학에 투자하시면 좋겠습니다. 돈 뿐만 아니라 관심과 시간을 들여서 좋은 철학을 가진 생산자들이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가치사슬 끝에 있는 소비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지요. 멋진 말씀 감사합니다. 머리속에 그리고 계신 10년 후의 OPENplan과 10년 후의 디자이너님을 소개한다면요?

2010년 OUTSTANDING ORDINARY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전엔 10 년 동안 내셔널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10년의 시간은 길다면 길지만 무언가 큰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눈 깜짝할 시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거대한 목표를 가지기보다는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지고 한 걸음 씩 나아가려고 합니다. 시대에 따라 발전될 지속가능성에 발걸음을 맞추고 더 자유롭고 힘있는 컬렉션을 만들어나가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제 개인적인 생활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볍게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디자인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오후 시간을 보내고, 가벼운 요가와 공들인 저녁을 즐기고, 짧은 글들을 쓰며 살고 싶습니다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댄스복을 만드는 'SMK'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소재 박람회에서 디자이너인 Sandra Meynier Kang와 잠시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외국인이 한국에서 만드는 브랜드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 ‘We Change Market 위체인지마켓’은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동료 선후배 여성 리더들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인터뷰 칼럼입니다. 이 칼럼은 同브런치와 네이버블로그(blog.iconple.com), 페이스북/인스타그램(we.change.market) 등에 동시 소개됩니다

** 커버사진 : Photo by Lines Kaipa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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