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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딧 Apr 29. 2020

그래딧 인터뷰 #8

공감, 공유, 공생하는 공공공간 <제로디자인>의 신윤예 대표

이제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친환경적 소재, 오래 입는 디자인, 윤리적 생산 과정, 그리고 폐기물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zero waste) 디자인까지. 오늘은 그 제로웨이스트 디자인 실천에 앞장서는 공공공간 <제로디자인>을 소개합니다. 화려한 동대문 시장의 지저분한 민낯을 간과하지 않고, 직접 파고들어 제품과 공간과 산업 구조 전반의 개선을 고민하는 신윤예 대표 얘기를 들어보세요



공공공간의 활동은 워낙 다양하여, 한 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아요. 간단한 회사 소개와 제로디자인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공공공간은 악화되는 환경 문제에 공감하여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입니다. 봉제 공장이 밀집한 창신동 일대에서 우연한 계기로 패션 제조 과정의 반사회·반환경적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이 그 시초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시도를 거치다가, 생산 과정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 디자인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디자인은 한 장의 원단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를 통해 탄생하기 때문에, 이유있는 디자인 특징이 생긴답니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결과물의 예쁨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관심 밖에 있는 폐기물까지 제로로 만들기 위해 생겨난 독특함이라 할 수 있죠. 제로 디자인을 통해 '생산 → 소비 → 사용 → 폐기'까지 고려한 가치사슬 전과정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 노력중입니다


또한, 지역 소상공인들과 지속적인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청년 창작자들의 다양한 작품을 공산품으로 만들수 있는 온디맨드 예술 제조 플랫폼 위드굿즈를 신규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공공간 제로디자인 로고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를 빼놓을 수가 없네요.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려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는 까르띠에에서 매년 전세계 여성 창업가(소셜임팩트 비즈니스 방면) 중 지속가능성과 성장가능성이 있는 창업가를 선정하여, 맥킨지/인시아드의 컨설팅과 코칭, 상금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더불어 까르띠에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의 일원으로 네트워킹 활동을 계속하게 되죠


저는 2016년 저희 제로웨이스트 디자인으로 지원했었고, 아시아 태평양 대표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3만 달러의 상금과 코칭, 인시아드 사회적기업가 프로그램 참여 지원을 받았구요. 참여 과정에서 전세계 멋진 여성 창업가들과 네트워킹하며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감사한 기회를 누렸습니다

까르티에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 네트워크중 발표하는 신윤예 대표


전공은 미술 쪽이신 것 같은데, 패션 분야에 대해 원래 관심이 있으셨는지? 더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전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술을 전공하고 창작 활동을 했지만, 정작 생활비는 예중/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통해 조달해야하는 현실에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배운 예술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정작 사교육 시장에 일조하는 이율배반적인 저를 발견하게 된거죠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실험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것이 지금 공공공간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미술관·미술학원이 아닌 곳에서 예술 교육을 하다보니 지역 사회와의 접점이 많아졌고, 그러다 창신동이라는 지역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 부모님들은 대부분 창신동 봉제 공제에서 일하셨고, 그러다보니 이 지역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반짝반짝 빛날 것 같았던 화려한 동대문 패션 시장의 민낯은 충격이었습니다. 창신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패션 제조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저의 예술적 역량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패션 분야에 입문하게 된 가장 큰 계기입니다  

재단 폐기물을 단3~5%이하로 남기는 제로디자인 제품들 (일반 의류 재단 폐기물 15~20%)


제로웨이스트 패턴은 특히나 많은 지혜가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폐기물을 덜 남기기 위해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거꾸로 집어넣게 되는 딜레마와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우선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까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기존 브랜드와는 다르게 매우 느리게 진행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친환경 원단의 선택지도 많지 않아 더욱 힘들죠. 그런 것들이 일반 패션 브랜드와 가장 큰 차이점이며, 함께 경쟁하기 힘든 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위해서는 너무 빠른 사이클의 신제품 출시보다, 경쟁력있는 스태디셀러 개발이 의미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지금의 방식에 회의는 없습니다   


대신, 제로웨이스트 생산이라 하더라도, 완제품 재고 문제는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저희는 요즘 실수요만큼 생산하는 온디멘드 제조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재단 폐기물을 단3~5%이하로 남기는 제로디자인 제품들 (일반 의류 재단 폐기물 15~20%)


대표님을 롤모델로 바라보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실만한 조언이 있을까요? 

시작할 때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집요함과 끈기를 가지고 더 많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더 나은 서비스·제품을 향한 집요함과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사실 창업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입니다. 특히 소셜 임팩트 비즈니스는 더욱 그렇죠. 하지만 솔루션에 집중하고,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집요함과 끈기’는 불확실한 창업과정에서 ‘확신’을 만들어가는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머리속에 그리고 계신 공공공간의 넥스트 스텝과 10년 후쯤의 대표님을 소개한다면요?

앞으로도 공공공간은 더욱 많은 창작자와 도심 제조 소상공인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편, 메이커스페이스와 함께 저희 회사 규모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좀 더 확장된 공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안정적인 공간 확보를 위해 건물 매입을 계획하고 있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코로나 때문에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서요. 다음 스텝으로 건물을 매입한다면 저희 메이커스페이스 확장과 더불어,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사용할 예정입니다. 10년 후에는 후배들에게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포지션에서 저의 여러 노하우들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 인터뷰에서 만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공정무역으로 꾸준히 임팩트를 만들고 계신 ‘어스맨’ 최희진 대표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 ‘We Change Market 위체인지마켓’은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동료 선후배 여성 리더들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인터뷰 칼럼입니다. 이 칼럼은 同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인스타그램(we.change.market) 등에 동시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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