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1. 눈은 떠도, 마음은 눕는다.
손끝이 먼저 컵을 더듬는다.
알람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머그잔 위 뜨거운 김이다.
2. 첫 모금이 목을 스친다.
잠은 깨지 않고, 속만 먼저 깨어난다.
깨어남이 아니라, 눌러앉은 피로 위에 하루를 덮어씌우는 일 같다.
3. 그렇게 하루는 내가 아니라 커피가 먼저 시작한다.
쓴맛은 나를 깨우는 게 아니라, 깨어날 힘조차 없다는 걸 잠시 가려 준다.
아침마다 커피에 기대는 건, 허기처럼 찾아오는 마음을 메우려는 작은 ‘보상행동(결핍이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대신 채우려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첫 모금의 쓴맛은 곧 사라져도, 버티려는 마음만은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