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하여 IV

형제

by 그래도


형제



1. 형제는 가장 오래 함께 있었던 사람이지만, 가장 오래 비교되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같은 집에서 자라고 같은 부모를 두었지만, 그 안에서 각자는 다른 자리를 배웁니다.


2. 누군가는 먼저였고, 누군가는 나중이었으며,

누군가는 더 기대를 받았고, 누군가는 덜 주목받았습니다.

형제 관계는 애정보다 먼저 자신의 위치를 의식하게 되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는 종종 사랑보다 오래 남습니다.


3. 그래서 형제는 서로보다, 그 자리에서의 자신을 먼저 보게 됩니다.

더 잘하는 쪽인지,

더 참는 쪽인지,

더 자유로운 쪽인지,

더 책임지는 쪽인지.

형제는 경쟁 상대라기보다, 비교가 처음 생겨난 자리입니다.

시간이 지나 각자의 삶을 살게 되어도 그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4. 누가 더 안정적인지,

누가 더 부모 곁에 가까운지,

누가 더 기대에 부합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비교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무관해지지 않고,

가까이 지내도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잘 지낸다는 소식조차 어딘가 불편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5. 형제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서로를 이기거나 앞서는 일이 아니라,

그 비교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일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보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신으로 남는 것.

형제의 삶을 기준 삼지 않고도 자신의 속도를 인정하는 일.

가족은 그렇게 같은 출발선에 섰던 사람들이 서로의 방향을 허락하는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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