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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un 28. 2024

사람들의 환호

1. 심리상담을 해오다 보니 심리상담을 하는 후배분들이나 사람 마음에 관심 있는 분들 앞에서 강의할 기회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제가 하는 얘기들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 꽤나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의를 준비하는 건 저에게도 많은 공부가 되고 나름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제가 잊거나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의가 끝나면 대체로 좋은 얘기들도 듣게 됩니다. 명함을 요청하시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또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등등. 제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은 분들이라도 강사 면전에 그런 얘기를 하시진 않으니 대체로 좋은 얘기들을 듣고 강의를 마치게 됩니다.  

   

2. 그런 얘기들이 감사하기도 하고, 제법 괜찮은 강사가 된 것 같아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늘 강의가 끝나면 늘 편치 않은 느낌이 들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최근에도 강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강의를 마친 후 또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난 왜 이럴까, 이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오늘따라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3.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볼 일이 있어 나와 있는데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는데 내가 없어서 커피와 케이크를 제 사무실 앞에 두고 간다고. 그 연락이 너무 반갑고 기뻤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들었던 불편함이 언제 그랬냐는 듯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순식간에 제 마음이 바뀌는 것을 느끼고 놀라웠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제가 왜 강의한 후에 불편함을 갖게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4. 저의 그럴듯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주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그런 모습 이외에 못난 모습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저 환호를 거둬들일 텐데 하는 염려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오해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사람들의 평가에 초연하고 자신감 넘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의 평가가 두렵기도, 걱정도 되니 환호를 받을수록 내 부족함이 들켜 상처받을까 봐 사람들을 밀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 들킬까 부단히 애쓰고 감추며 살아왔구나 생각하니 스스로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5. 저는 제가 갖고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다가오는 사람보다 나란 사람 자체를 반겨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을 그리워했습니다. 내가 사무실에 있는지 지 않고 나를 만나러 와준 그 친구가 저에게 그런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만한 친구일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자격과 상관없이 나를 좋은 친구로 생각해 주는 것 같아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 후 여전히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친구 덕분에 부족함이 드러나도 난 누군가에게 제법 괜찮은 친구이기도 하지 하며 스스로 다독여 봐야겠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사람이란 게 다방면에 무능하기는 쉽진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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