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녀의 사춘기를 겪어낸 한 부모님이 ‘잘 견딘 비결’을 들려주셨습니다.
“아이를 환자라고 생각했어요. 지랄발광하면… 약 먹을 시간인가 보다 하고.”
다른 부모님들도 비슷합니다.
“자식만 아니면 패 죽이고 싶어요.”
“차라리 개나 키우는 게 낫겠어요.”
저는 속으로만 ‘그래도 아직 살려 두셨구나. 개를 키우는 건 과연 쉬울까’ 했습니다.
2. 늘 다정하던 아이가 사소한 말에도 발끈하고, 이유를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말끝마다 “왜?”를 붙이며 맞섭니다.
마치 평화롭던 집 안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선이 생겨난 듯합니다.
전선이 생기면, 부모의 마음 한편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의문이 슬그머니 스며듭니다.
3. 이 변화는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자신이 맞닥뜨린 생애 전환기와 맞물리며 더 크게 다가옵니다.
부모 자신도 중년기에 접어든다는 점입니다. 체력과 여유가 줄고, 잃어가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변화는 부모의 질서 자체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그러니 ‘전쟁’이란 표현이 절로 나옵니다.
4. 사춘기의 변화는 단순히 말 안 듣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가 세워놓은 규칙과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협처럼 다가옵니다.
오래 지켜온 성벽 안으로 낯선 군대가 들어오는 것 같은, 통제 불가능한 감각이 불안을 키웁니다.
5. 그렇다고 이 싸움이 파괴로 끝나야 하는 건 아닙니다.
부모와 자녀는 끝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 관계이기에, 싸우면서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전쟁이 아니라 ‘관계 재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면, 총 대신 대화를 들 가능성이 조금은 생깁니다.
6. 부모가 느끼는 전쟁은 아이를 없애려는 전쟁이 아니라, 변해 가는 아이와 새롭게 관계를 맺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순간, 전쟁터도 대화의 자리로 바뀔 수 있습니다.
휴전만이 아니라, 가끔은 서로의 땅도 밟아봐야 합니다.
혹시 압니까. 남북처럼 휴전이라도, 이산가족 상봉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