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Mar 21. 2022

떨어뜨린 화분에서 꽃이 더 많이 핀 이유

사랑받는 것들은 빛이 난다

변명을 하자면, 그날은 비가 왔고 한 손에 두 개의 화분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튤립 한 다발과 우산이 있었어요.

뭔가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았죠. 현관문 앞에서 화분 하나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피우지도 못한 꽃 몽우리들이 바닥에 흩어졌고 반쯤 드러난 뿌리가 안쓰러워서 유독 그 화분을 신경 썼어요.


'미안해 아프지 말아'


물을 줄 때마다 건넨 말이 전해졌을까요. 다행히 떨어뜨린 화분은 잘 자라고 있답니다. 문제는 너무 잘 자란다는 거예요.


그날 동시에 두 개의 화분을 들여와서

같은 위치에 두고 기르며

같은 날 물을 주었는데


흙이 반쯤 덜어지고 볼품없던 것이 꽃을 더 많이 피워냈어요.


사랑의 힘이 있다면 이런 걸까요.

무심코 뱉은 관심과 스치는 애정이

물과 햇볕 이상으로 작용 한건 아닐까요.


비록 그저 그런 사람 일지라도

나를 좀 더 사랑해 주어야겠어요.


시들어가는 중일지라도

반짝인다 말해줄래요.


꽃을 피우진 못하더라도 작은 빛이 나를 비출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나를 볼 수 있을 테니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